홍콩, 시민들 발묶나? 이민법 개정해 출경 금지권한 부여

류지윤
2021년 04월 29일 오후 3:20 업데이트: 2021년 04월 29일 오후 9:09

홍콩 의회가 정부 관리에게 사람들의 홍콩 입출경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인들은 중공이 중국식 ‘출국 금지’를 홍콩에까지 확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 28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는 ‘입국조례’ 개정 초안을 통해 보안국 국장이 입경처(入境處·출입국관리소)장에게 ‘특정 운송수단(항공사 등)에 어떤 승객은 수송하게 하고 어떤 승객은 수송할 수 없도록 지시하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해당 조례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영국 가디언지는 새 법률에 따라 홍콩 정부는 누구의 입출국도 금지할 수 있으며, 금지된 사람의 항소도 법원 명령 없이 기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변호사협회(HKBA)가 이 법안이 입경처장에게 ‘명백히 제한을 받지 않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혀 많은 활동가와 변호사, 일부 비즈니스맨들이 해당 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디언지는 일부 활동가와 법조인들은 새 규정이 남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시민단체 지련회(支聯會∙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연동연합회) 부회장이자 변호사인 초우한텅(鄒幸彤)은 “그들이 이런 권력, 즉 절대 권력을 가졌을 때 누구에게 쓸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이 이민법안이 난민(일명 송환 면제 신청자) 문제를 염두에 두고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가디언지는 홍콩 보안국의 말을 인용해 해당 법안은 홍콩행 항공편에만 해당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의 표현에 따르면 홍콩 정부의 권한이 홍콩에 도착한 사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엔 이민 붐이 일어 수많은 민주파 인사와 시위자가 망명하거나 해외로 이주했다. 이번 법안 개정은 ‘난민’ 문제로 호도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입경처장에게 더 큰 권한을 주고 정치적 이유로 대중의 출경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BBC 보도에 따르면 ‘홍콩 봉쇄 조례 노조 연합 전선’ 덩젠화(鄧建華) 대변인은 “홍콩 정부는 법률이 난민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이목을 현혹하는 것으로, 법조문에 특정 인사가 명시돼 있지 않고 홍콩 영주권자도 배제돼 있지 않아 누구나 포함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중공은 반체제 인사나 외국 상인들을 상대로 ‘출국 금지령’을 자주 사용한다. CNN은 앞서 중공이 2012년 이른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일종의 ‘출국 금지’ 조치가 중공의 또 다른 구속 형태라고 보도했다. 제한을 받는 사람들은 중국을 떠나려 할 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출국 제한’이 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출국 금지’는 미국, 호주, 캐나다 시민을 포함한 중국계 외국인에게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들은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없다. 이들 중국계 인사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 친인척의 귀국을 유인하는 ‘볼모’나 ‘미끼’로 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