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반대 100만 시위 3주년…말레이 가수 뮤비 발표

이미령
2022년 06월 20일 오후 12:11 업데이트: 2022년 06월 20일 오후 12:11

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나미위(Namewee)가 홍콩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시위 3주년을 기념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나미위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콩과 함께 일어서자”는 글과 함께 ‘비욘드 더 엣지(Beyond The Edge·경계 너머)’라는 제목의 신작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는 “사람들은 2019년 6월 9일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은 2019년 6월 9일 발생한 홍콩 송환법 반대 100만 명 시위 3주년이었다. 사흘 뒤 약 4만 명의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와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법안 심의를 반대하자, 경찰은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겁먹지 않았다. 6월 16일 2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나타냈다. 정부는 침묵했고 이후 거의 주말마다 시위가 계속됐다.

1주년인 2020년 6월에는 시위의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해 초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정부가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6월 말 홍콩 국가안전법이 시행되면서 시민들의 활동이 더욱 위축됐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체포됐고 수십 명의 유명 운동가들이 구속됐다. 여기에는 같은 해 8월 체포된 홍콩 독립성향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라이도 포함됐다.

홍콩의 민주와 자유를 위해 활약하던 빈과일보는 중국과 홍콩의 관영언론에 의해 ‘반중매체’로 낙인찍혔고, 이 같은 논조가 외신을 타고 그대로 전 세계에 보도됐다.

2주년을 맞은 작년 6월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지원으로 버티던 빈과일보가 결국 사주 구속 10개월 만에 폐간됐다.

올해 3주년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넘어갔다. 가수 나미위가 홍콩 시민들에게 헌정한 신작 뮤비는 홍콩 시위에 대한 기억과 관심이 약해져 가는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는 해체된 홍콩 밴드 비욘드의 곡 ‘해활천공(海闊天空)’에 대한 존경을 담아 신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곡은 홍콩 시민들이 거리 행진 때 국가 대신 부르던 노래였다.

뮤비 영상에는 홍콩 시위대의 행진과 경찰의 잔혹한 진압 장면이 다수 포함됐다. 시위대는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용감히 거리를 행진했고, 경찰을 최루탄을 발사하고 붙잡은 시위대를 거칠게 바닥에 쓰러뜨렸다.

또한 영상에서는 “마지막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최대한 멀리 달려”, “너의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을 밝혀야 해. 그 불길을 꼭 잡고 절대 놓지 말아야 해”라는 노래 가사로 홍콩 시민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뮤비와 노래를 금지했다. 제작에 참여한 중국 가수 푸쥬(富九)는 재빨리 나메위와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노래를 어디에서도 부르거나 공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메위는 작년에도 ‘유리 멘탈(玻璃心)’이라는 신곡과 뮤비를 공개하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 곡은 중국에서 금지곡이 됐다.

뮤비 영상 속 분홍색 옷을 입고 깃발을 흔드는 판다는 공산당 정권의 지지자들을 풍자한다. 배경에 등장하는 부추는 베어도 금방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권에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민간인을 상징한다.

‘유리 멘탈’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입소문이 났고, 일주일도 안 돼 천만 뷰를 돌파했으며 7개월 만에 5천만 뷰를 넘어섰다.

2021년 대만 골든멜로디어워드(GMA)에서 ‘올해의 노래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나미위와 함께 뮤비에 등장한 가수 킴벌리 첸은 지난 9일 덴마크에서 열린 ‘코펜하겐 민주정상회의’에 초대돼 ‘유리 멘탈’을 불렀다. 첸은 이 회의에 초대된 최초의 가수다.

첸은 “내가 이 곡에 참여하자, 사람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게 됐다고 했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린다는 것은 중국 시장을 얻는 것보다 더 보람찬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나미위는 영단어 ‘네임(name)’과 본명 위밍치(黃明志)의 성씨인 ‘위(wee)’를 합친 예명이다. 원뜻을 생각하면 ‘네임위’가 맞지만, 그는 일부러 ‘나미위’라고 틀리게 발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