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이슈, 미국 내 중국어 신문 시장 판도에도 영향

천쥔춘(陳俊村)
2020년 06월 1일 오후 3:27 업데이트: 2020년 06월 1일 오후 5:53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불똥이 예기치 않은 곳으로 튀고 있다. 미국의 중국어 매체 시장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 교보(橋報)는 지난달 “홍콩 여론은 보안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며 홍콩 문회보(文匯報), 대공보(大公報) 기사 등을 인용했다.

두 신문 모두 홍콩에서 대표적인 친(親) 공산당 신문이다. 홍콩에서는 좌익신문(左報)으로 불린다.

같은 날 홍콩 성도일보 뉴욕판 역시 홍콩 보안법 제정을 옹호하는 기사를 냈다.

성도일보 뉴욕판은 1면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홍콩보안법 제정” 기사를 크게 싣고, A10면에 허주궈(何柱國) 사장이 직접 쓴 칼럼 ‘당연하다’(理所 然)를 게재했다.

칼럼에서 허주궈 사장은 “국가보안법 류의 법을 제정한 서방국가들이 홍콩 보안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허주궈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삼권분립으로 권력을 견제하며 국가보안법 역시 무소불위의 법이 아니라는 점을 외면했다.

홍콩의 한 언론인은 “홍콩 보안법은 다른 민주국가의 국가보안법과 달리 공산당의 독재를 위한 살인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허주궈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성도일보가 평상시처럼 공산당의 해외 선전 공작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도일보는 중국 관영매체 중국신문사가 홍콩에 세운 신문사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해외 중국인(화교) 사회에도 배포되고 있다.

성도일보 해외판은 지역섹션을 뺀 국제·중국·홍콩 등 대부분 지면 편집과 뉴스 심사, 조판이 홍콩의 편집센터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주궈 사장 그 자신은 중국 공산당의 국정자문기구 성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다. 즉 공산당에 몸담은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허주궈 칼럼을 비판한 홍콩 언론인은 “성도일보나 교보 같은 친공산당 신문은 독자의 알 권리가 아니라 공산당의 정치적 입장을 해외 중국인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론인은 “최근 해외 중국어 신문은 좌경화(공산당 편향성)가 심하다”며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강화와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특히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며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중국인 사회에서 영향을 받고 자란 인재들이 미국 사회로 편입된 후, 부모나 지역사회 여론, 애국주의의 영향으로 친공 활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미국 싱크탱크 후버연구소는 중국이 미국의 언론계에 펼친 침투공작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213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는 “지난 20년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미국 내 중국어 신문들이 모두 중국 당국의 통제하에 들어갔다”며 중국 공산당이 해외 선전공작을 위해 연간 11조원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중국인 커뮤니티의 한 유력인사 차이(蔡)모씨는 “홍콩 보안법 소식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어이없다’는 것이었다”며 “홍콩은 중국이 국제사회와 만나는 창구인데 그걸 닫아버리겠다는 결정에 다들 반발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의 중국어 신문들은 공산당 선전을 주입하는 매체였지만, 홍콩보안법 사태로 인해 이들 매체에 대한 현지 중국인 사회의 시선이 냉담해졌다는 것이다.

차이씨는 “중국 공산당은 일국양제 약속을 저버리고, 사태를 관망하던 세계인들이 반대편으로 돌아서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해외 공산당 매체들을 동원해 수습하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