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때문에 해외 이주한 홍콩 언론인 80%, 떠난 것 후회 안해

최창근
2023년 04월 14일 오후 4:11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47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약 3년이 경과했다. 보안법 시행으로 타격을 많이 받은 집단 중 하나는 ‘자유’를 중시하는 언론계이다. 실제 법 시행 이후 ‘빈과일보’를 비롯한 다수 홍콩 매체가 문을 닫았고, 언론인들도 터전을 옮겼다.

이 속에서 2020년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제3국으로 이민을 떠난 홍콩 언론인의 80% 이상이 “홍콩을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설문에 답했다. 이들 중 다수는 “홍콩으로 돌아갈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해외홍콩미디어전문가협회(海外香港傳媒專業人員協會‧AOHKMP)는 4월 10일, ‘홍콩 기자 디아스포라 조사 보고(流散海外香港記者調查報告)’를 발표했다. 해외 이주 홍콩 언론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는 90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해외홍콩미디어전문가협회는 홍콩 공영방송 RTHK에서 10년 넘게 영어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다 2021년 백색테러를 피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 사실을 사후에 공개한 스티브 바인스(Steve Vines), 홍콩 신보재경신문(信報財經新聞) 편집장을 지낸 저명 언론학자 롄이정(練乙錚) 전 홍콩과기대학 교수 등 홍콩 언론계에서 활약하다 해외로 이주한 학자, 언론인들이 설립했다.

해외홍콩미디어전문가협회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시작된 홍콩 탈출 러시 속에서 홍콩을 떠난 언론인 90명을 상대로 2022년 12월 17일부터 2023년 2월 20일까지 해외 정착 상황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문항은 총 11개로 구성됐다.

조사에서 90명의 유효 응답자 중 72명은 “각종 어려움이 있지만 홍콩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81명은 “이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외 이주 언론인 중 1/3만이 언론계에 몸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고 2/3는 유튜버, 바리스타, 자동차 정비사, 플로리스트 등으로 전직했다. 전직 언론인들이 현지에서 언론계에 몸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언어 문제를 꼽았다.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 시행 후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입장신문, 시티즌뉴스, 팩트와이어 등 민주 진영 언론이 잇따라 폐간했다.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우려해 26년 역사를 지닌 인권언론상(HRPA) 주관을 포기하기도 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순위 하락(68계단)을 보이며 148위를 기록했다. 지난날 아시아 최고 수준의 언론 자유를 향유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