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조계, ‘송환법’ 반대…1997년 이후 최대 규모 행진

2019년 06월 8일 오전 8:27 업데이트: 2019년 12월 11일 오후 7:56

홍콩정부가 법조계의 의견에 상관없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을 강행했다. 약 3000명의 법조인이 6일 검은 옷을 입고 행진하며 개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 된 이래 최대 규모의 법조계 행진이다.

30명의 법조계 선임위와 궈룽컹 입법회 의원이 주최한 법조계의 행진은 검은색 옷을 입고 구호도 표어도 없이 침묵으로 6일 오후 6시 대법원을 시작으로 약 저녁 7시에 정부 청사에 도착했다. 시위대는 3분간 침묵으로 정부 청사를 바라봤다.

홍콩변호사협회 역대 협회장인 천캉쌍, 앨런 렁, 마틴 리 등이 참가했고, 현 변호사협회장인 다이치쓰도 중도에 합류했다. 그들은 대륙에는 인권이 없기 때문에 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 법정이 개입할 수 없음을 우려했다.

송환법은 홍콩에 체류 중인 중국 내 범죄용의자를 중국으로 송환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의 최대 논란은 홍콩에 입국하거나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적 반체제인사들과 외국금융상업기관 종사자들이 중국법 위반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홍콩의 인권 운동가들은 지난달 9일 뉴욕에서 홍콩과 중국의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패널토론에 참석했다. 전 입법회 의원이자 홍콩 변호사 협회 회장인 마틴 리는 “재판관이 홍콩 시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심지어 외국인도 이 법안의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외국 국적자들의 인도를 도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중국에 체류하면서 마약 판매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할 증인 진술만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선거위 차시워 위원은 “홍콩 정부가 굳이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선(善)의 고집이 아니라 악(惡)의 고집이라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에 사법적 독립이 없음을 강조하며 “중국은 지금까지 공산당이 통치하고, 중국 법원은 정법위가 이끌고 있으며, 정법위는 공산당이 관할한다. 법원이 사건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원이 사건 심사를 지휘해 판결을 내리는데  어떻게 그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콩의 대변호사인 황푸신 전 협회장도 행진에 참가해 홍콩정부는 법조계와의 직접 대면을 거부했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항의하고 입장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법조계가 여러 차례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민들은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 홍콩 시민들에게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6월 9일 송환법을 반대하는 대행진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렁 변호사협회의 전 회장이자 공민당 의장은 지난 9일 홍콩인권진선(民陣)이 개최하는 중국 송환 반대 대행진에 많은 사람이 나올수록 홍콩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송환법과 사법공조 조례가 통과되면 홍콩은 영원히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홍콩과 내륙은 더 이상 아무런 구역이 없고 양제(兩制)가 1제(一制)로 바뀌고 홍콩은 끝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궈룽컹 입법회 의원은 “법조계가 이 정부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송환법의 통과는 홍콩 법치의 가장 큰 충격이 될 것이다. 우리는 캐리 람 행정장관, 존 리 보안국장에게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법 개정을 멈추고, 송환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인들은 우리가 이 조례에 반대하는 의지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오는 9일 빅토리아공원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행진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