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 中 오성홍기 훼손 사건 잇따라

강우찬
2022년 07월 2일 오전 10:42 업데이트: 2022년 07월 2일 오후 2:20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홍콩 시내 곳곳에서 중국 공산당 오성홍기 훼손 사건이 다수 발생해 홍콩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홍콩 구룡반도의 핑섹, 응아우타우콕 지역의 여러 건물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국기 모욕 및 재물손괴, 절도 혐의 등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매년 7월 1일을 즈음해 홍콩 시내는 공산당 오성홍기와 홍콩 특별행정구기로 장식된다. 이런 깃발들이 훼손되거나 뜯겨 없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의 사회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홍콩의 통치 시스템과 정부에 대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불만의 표시라고 보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홍콩 취재진은 관광객들에게 사진명소로 각광받는 초이홍(무지개) 아파트 등이 위치한 핑섹 공공임대주택지구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아파트 주민들은 오성홍기와 홍콩기를 박스에 넣어 포장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 위원회가 깃발 훼손 재발을 우려해 단지에 게양되거나 장식된 깃발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을 위원회 역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홍콩 독립언론 HKFP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오성홍기와 홍콩기가 모두 사라진 아파트 모습이 담겼다.

오성홍기와 홍콩기 게양 활동은 홍콩 정부가 아니라 친중파 진영에 속한 기업인 ‘구룡 동부 차오런(潮人)연합회’라는 부동산신탁회사에서 진행한 일종의 민간활동이다.

이 회사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홍콩 시내 여러 곳에 1만1500개의 오성홍기와 홍콩기를 장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핑섹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주민들의 오성홍기 훼손으로 적잖은 지역에서 깃발을 내려야 했다.

[좌] 홍콩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걸린 중국 공산당 오성홍기와 홍콩기가 걸려 있다. [우] 깃발이 철거된 후 같은 아파트 단지 모습. | HKFP 홈페이지 캡처
“존중? 억지로 시켜서 될 일 아니다”

홍콩이공대 응용사회과학부의 청킴와(鍾劍華)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기를 여기저기 내건다고 국가에 대한 국민의 존중을 억지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 집행이사인 청 교수는 “한 국가와 그 상징물인 국기는 오직 국민이 정부와 사회제도를 진심으로 존경할 때만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홍콩은 정반대”라며 “정부는 홍콩인들이 중국 공산당 깃발을 모욕한다고 기소하려 한다. 반감만 일으킬 뿐이다. 어떤 홍콩인들은 혐오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홍콩의 주요 행사 때,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거나 오성홍기가 게양되면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곤 했다. 홍콩은 모욕죄 등을 적용해 이를 억눌러 왔다.

청 교수는 “붉은색 중국 공산당 깃발은 인민이 아니라 정권을 상징한다. 그런 깃발의 물결은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홍콩시민들에게 강요와 압박감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리 곳곳에 걸린 오성홍기는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홍콩인들의 기분을 물어본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훼손되거나, 묶어 놓은 끈이 누군가에 의해 풀려 늘어진 오성홍기 | 아이케이블 캡처

홍콩침회대학 정치외교학과 웡와이웍(黃偉國)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홍콩 반환 기념을 명분으로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사전 동의 없이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웡 교수는 홍콩 정부가 오성홍기 도난·훼손을 국기 모욕죄로 처벌하려 하지만, 이는 친중 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애국자(친중 단체 회원)’들의 홍콩 반환 기념행사가 끝나면 길거리에 마구 버려진 오성홍기가 대량으로 발견된다. 쓰레기통에도 구겨진 채 처박힌 오성홍기가 가득하다. 이는 국기 모욕죄가 아닌가? 정부는 친중 단체에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나 국가 지도자를 비판할 수 있는 것처럼 국기에 대해 불만을 표현할 수 있다”며 “표현과 언론(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려 국가 상징을 사용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홍콩에서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