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 활동가에 징역 15개월 추가…톈안먼 추모 집회 선동 혐의

이윤정
2022년 01월 5일 오후 2:51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15

당국, 2020년부터 ‘방역’ 명분으로 집회 불허
톈안먼 추모 집회 주도 단체 ‘지련회’, 中 탄압에 작년 해산

홍콩의 한 민주 활동가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를 모의한 혐의로 감옥에서 22개월을 보내게 됐다.

홍콩 공영방송 라디오텔레비전(RTHK)에 따르면 1월 4일 홍콩 웨스트카오룽(西九龍)치안법원은 초우항텅(鄒幸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전 부주석에게 이 같은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추가 선고했다. 초우 전 부주석은 지난해 12월, 해당 혐의로 이미 징역 12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법원은 초우 전 부주석이 행정당국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2020년, 2021년 각각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을 통해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할 것을 촉구한 것을 징역형 선고 이유로 밝혔다.

홍콩 당국은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30년간 진행해 온 6·4 톈안먼 시위 추모집회를 2020년부터 불허해 왔다. 코로나 19 방역을 명분으로 집회 신고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법원은 이날 초우 전 부주석에게 선고한 징역 15개월 중 5개월은 이미 선고한 징역 12개월과 동시 복역할 것을 명했다. 이에 따라 초우 전 부주석은 기존 형량에 10개월이 추가돼 총 22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초우 전 부주석은 이날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는 사람들에게 빅토리아 공원 집회가 금지됐지만 자신이 있는 곳 어디에서든 촛불을 들자고 했을 뿐”이라며 “이(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내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전부 사실이다. 이제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것 자체가 레드라인이 됐다. 홍콩에서 1989년 6월 4일을 논할 공공 장소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라고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주권 반환 전부터 홍콩은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기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해온 곳이다.

초우 전 부주석은 지난해 12월 13일, 해당 혐의로 이미 홍콩 법원으로부터 징역 12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빈과일보 전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를 포함한 8명의 민주화 운동가들도 톈안먼 사태 추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현지 시간) 홍콩 법원은 지미라이 빈과일보 전 사주에게 톈안먼 학살 추모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참여한 혐의를 적용해 징역 13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공식 폐간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불법 집회 관련 혐의 등 홍콩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복역 중이다.

앞서 12월 9일, 같은 혐의로 홍콩 민주활동가 24명이 기소됐다. 홍콩 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홍콩 민주화 운동 선봉에 섰던 조슈아 웡(黃之鋒) 등에 대해 당국이 금지한 톈안먼 추모 집회를 조직하고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홍콩국가안전법 시행에 따라 매년 6월 4일 톈안먼 추모 집회를 주도해온 주요 인사들이 연달아 체포되면서 결국 지련회도 해산됐다. 지련회는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를 계기로 결성됐다. 그해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 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 집회를 개최해왔다. 2020년, 홍콩 당국이 6·4 촛불집회를 불허한 이후에도 지련회는 2년 연속 촛불집회를 강행했다. 이에 당국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홍콩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압박하면서 지련회는 지난해 9월 자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