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 시위 여파… 홍콩 순경 지원자 절반 이하 감소, 퇴직도 줄이어

최창근
2023년 05월 9일 오후 8:40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44

홍콩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관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경찰관의 이직‧퇴직도 줄 잇고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 2020년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등으로 인한 반중 정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5월 8일, “2019년 기준 1만578명이었던 홍콩 경찰직 지원자는 올해 4392명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4년 만에 최하위직 홍콩 경찰인 찰원(察員‧순경) 지원자가 58% 급감했다.

신문은 “같은 기간 경찰을 포함해 교정, 이민 등 전체 법 집행기구 신입 지원자 역시 9만3300명에서 4만4400명으로 줄었다.”며 “홍콩 당국이 경찰관 채용 기준에서 ‘최소 7년 이상 홍콩 거주’ 요건을 폐지하며 지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지원자가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경무처는 최근 지원자는 지속 감소하고 현역 경찰관의 이직이 잇따르자 지난주부터 지원 기준을 낮추기 시작했다. 현행 규정은 지원자가 중등졸업시험(DSE) 5개 과목에서 최소 2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하지만, 5월 5일부터는 규정을 폐지하고 별도로 2등급 수준의 필기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신체 기준은 남성 지원자는 신장 163cm 이상, 체중 50kg 이상이어야 하며 여성은 신장 152cm 이상, 체중 42kg이어야 한다. 수험생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시력검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를 두고서 홍콩 경무처 대변인은 “경찰 당국은 경찰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채용 전략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 순경 초봉은 2만7000홍콩달러(약 450만원), 경감 초봉은 4만8000 홍콩달러(약 800만원)으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처우가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경찰을 떠나는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경찰이 입법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2023 회계연도 기준 약 7990명이 경찰에 지원했다. 독찰(督察‧경감) 165명, 찰원(警員‧순경) 554명을 채용했지만 목표치보다 각각 240명, 1350명 낮다고 홍콩 경찰 당국은 밝혔다. 순경은 중‧고등학교 졸업자 경감은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채용한다.

2021~2022 회계연도에도 약 8200명이 경찰 직군에 지원했다. 그중 경감 170명, 순경 484명을 뽑았지만 이도 각각 195명, 1350명 목표치에 미달했다.

순경 직급 지원자는 2018~2019 회계연도의 1만578명에서 2022~2023 회계연도에는 4392명으로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감 직급 지원자도 7350명에서 3186명으로 57% 줄었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지난 3년간 채용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로 노동인력 감소, 중‧고등학교 졸업자 수 감소 등으로 분석했다. 이에 홍콩은 지난해에는 거주 7년 미만의 영주권자를 채용하는 등 문턱을 낮췄다. 2022~2023 회계연도에 41세 이상의 순경을 13명, 경감을 17명을 각각 채용하고, 홍콩에 최소 7년간 거주하지 않은 두 명의 지원자를 순경으로 채용했다고 국가안보처는 밝혔다.

반면 2022-2023 회계연도 해당 경찰을 포함한 공안 기관 사직자는 729명으로, 2018-2019 회계연도의 507명보다 44%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은 국가보안법 시행 후 사직한 홍콩 공무원 수가 급증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홍콩 공무원사무국에 따르면 2021-2022 회계연도에 사임한 홍콩 공무원은 37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2021 회계연도(1863명)의 2배이자,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최대 규모이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후 탈(脫)홍콩인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