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 성향 매체 줄줄이 폐간…이번엔 ‘시티즌뉴스’

이윤정
2022년 01월 3일 오후 2:53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16

6개월 만에 3번째 반중성향 신문 폐간…빈과일보와 입장신문 전철
‘홍콩의 중국화’…언론탄압·민주화 작품 철거, 오성홍기 게양 행사도

홍콩 민주 성향 온라인 매체 시티즌뉴스(衆新聞)가 폐간을 결정했다. 시티즌뉴스의 폐간 발표는 입장신문(立場新聞·Stand News) 폐간 나흘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지난해 6월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6개월 만에 홍콩 내 반중 언론 3곳이 연달아 문을 닫았다.

홍콩 온라인 매체 시티즌뉴스는 1월 2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는 1월 4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 홈페이지가 일정 기간 삭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같은 배에 탄 모든 이의 안전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폐간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시티즌뉴스는 2017년 창간 당시를 회고하며 “언론계의 많은 베테랑 기자들이 홍콩 언론 자유에 대해 우려하며 시티즌뉴스가 전문적인 저널리즘 정신을 계승하고 저널리즘의 초심으로 돌아가 대중에게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랐었다. 이후 시티즌뉴스는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매일 작은 발걸음을 내디디려 노력하며 천천히 길을 만들었다”고 했다.

시티즌뉴스는 2017년 1월, 경력 기자 등 전문 언론인들이 모여 창간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운영하며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이에 시티즌뉴스도 앞서 폐간된 민주 성향 매체와 더불어 당국의 표적이 돼 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콩 당국은 지난해 10월 시티즌뉴스가 ‘홍콩 기본법(헌법 해당) 제23조’를 위반하고 잘못된 뉴스를 퍼트렸다며 그로 인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콩 기본법 제23조는 국가반역, 국가 분열, 반란 선동, 중앙 인민 정부 전복, 국가기밀 탈취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의 정치적인 조직이나 단체의 홍콩 내 활동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 29일, 홍콩 국가안전처는 경찰 200여 명을 동원해 입장신문 전·현직 간부 6명을 ‘출판물을 이용한 선동 모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홍콩에서 ‘우산혁명’이 벌어진 2014년 창간한 입장신문은 이날 신문사와 임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및 자산 동결조치가 이뤄지자 곧바로 폐간을 결정했다.

홍콩 내 대표적 반중 매체였던 빈과일보(蘋果日報) 역시 당국의 지속적 탄압을 받다가 2021년 6월 24일 홍콩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공식 폐간됐다.

지난해 6월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이후 ‘홍콩의 중국화’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언론 자유가 가장 폭넓게 보장됐던 홍콩에서 언론 자유가 급격히 퇴보하고 있다.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은 지난해 11월 5일 “홍콩 주재 외신기자 중 절반가량(46%)이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후 홍콩을 떠날 계획을 세웠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HKFCC는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홍콩 주재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설명했다. 응답자의 56%가 홍콩보안법 시행 후 민감한 주제에 대한 보도를 피하거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제 언론인 단체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해 7월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을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약탈자(predators)’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전인대의 홍콩 입법회 선거제도 개편 이후 처음 치러진 2021년 12월 19일,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파가 전체 의석 90석 중 89석을 차지했다. 사실상 민주 진영이 퇴출당하면서 홍콩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민주화 흔적이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홍콩대를 시작으로 홍콩 내 대학에 설치돼 있던 중국 민주화 상징 작품들이 잇따라 철거됐다. 영국 BBC는 12월 23일 “홍콩대 캠퍼스에 24년간 전시됐던 ‘수치의 기둥(Pilla of Shame)’ 조각상이 철거됐다”고 전하면서 이것은 중국 당국의 ‘1989년 톈안먼 사태 흔적 지우기’ 일환이라고 했다. 이틀 후 중문대 교정에 있던 ‘민주주의 여신상’과 링난대 대형 부조 벽화도 모두 사라졌다.

2022년 새해 첫날 일부 대학은 교내에 오성홍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홍콩 폴리텍대는 1월 1일 홈페이지에 “교수와 학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기념행사를 열고 국가와 홍콩의 번영을 기원했다”고 공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중화대, 링난대도 인공기 게양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는 홍콩 중국화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