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문제 개입하는 ‘검은손’ 절단한다”는 中 대변인… 자신이 손절(損切)?

최창근
2022년 01월 7일 오후 8:58 업데이트: 2022년 01월 8일 오전 6:59

차이잉원 “홍콩 언론 탄압 주시, 홍콩 지지”
國臺辦 대변인 “홍콩 사무에 개입한 ‘검은손’ 절단당할 것”
중국이 위협 할수록 오르는 차이잉원과 민진당 지지율

홍콩에서 연일 반중(反中) 민주 성향 온·오프라인 신문사 폐간 소식이 들려 오는 중 대만해협을 가운데 두고 마주한 양안(兩岸)의 두 여성 고위 관리가 설전(舌戰)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29일, 홍콩 입장신문(立場新聞)은 경찰의 압수수색, 전·현직 간부 체포 직후 자진 폐간을 발표했다. 그날 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신문 지지 글을 올렸다.
“우리는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세계 각국, 민주 전선의 동지들에게도 그들(입장신문 관계자)의 신변 안전을 함께 주시하고, 홍콩 정세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힌 후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약속을 파기하여 홍콩의 언론자유를 다시 한번 억압하는 장면을 보게 돼 유감”이라고 밝힌 차이잉원 총통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민주와 자유는 보편 가치이며 인민의 기본이다. 용감하게 민주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은 범죄가 아니니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 대만은 홍콩과 홍콩시민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다. 구속된 인사들이 하루빨리 무사히 풀려나길 바란다.”

해가 바뀐 1월 1일, 차이잉원 총통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생중계한 신년담화에서 “최근 (베이징 정부의) 입법회 선거 개입, 언론인 체포는 홍콩의 인권과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우리는 국가 주권을 굳게 지키고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홍콩’을 언급하며 중국을 비판한 것이다.

1월 4일,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약칭 ‘국대판(國臺辦)’) 대변인은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문을 대만사무판공실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는 “대만 민진당 당국이 독립을 도모할 목적으로 홍콩 사무에 지속해서 개입하고 있다. 그들은 일국양제에 먹칠을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척하고 있다. 대만 내 점점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단지 정치적 이익을 꾀할 뿐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며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차이잉원 총통이 ‘구속 인사 조속 석방’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홍콩 정세가 혼란에서 질서로 전환해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일국양제의 강력한 생명력과 밝은 전망을 보여줬다. 홍콩 정부가 법에 따라 관련 사안을 처리한 것을 지지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홍콩 사무에 개입하는 ‘검은손(黑手)’은 반드시 절단될 것이고, 홍콩을 어지럽히며 독립을 도모한 죄악은 반드시 청산될 것”이라며 대만 정부가 홍콩 문제에 개입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 경고했다.

2019년 11월, 대만사무판공실 신문국(新聞局) 부국장 겸 대변인으로서 언론 앞에 선 주펑롄은 연일 차이잉원 총통과 대만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문제는 주펑롄의 ‘독한 혀’가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에 반사이익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2016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으로 취임한 차이잉원은 첫 임기(2016~2020년) 동안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 여부가 불투명했다. ‘중간평가’ 격인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당에 참패했다. 이에 책임지고 차이잉원은 민진당 주석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국정 만족도 조사 결과는 30% 선에 머물렀고, 연임은 불가능해 보였다.

위기에 몰린 차이잉원을 구원한 것은 다름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2020년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 수위를 높였다. 때마침 2019년 6월, 홍콩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시작 됐다. 민진당은 ‘중국 계획대로 대만이 통일되면, 대만도 홍콩처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홍콩은 대만의 미래다’라는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이는 대만인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후 중국의 위협이 수위가 높아질수록, 홍콩 시위에 대한 탄압이 강해질수록 차이잉원과 민진당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2020년 3월 대선·총선에서 차이잉원과 민진당은 유례 없는 압승을 거뒀다. 이 속에서 시진핑은 ‘어둠의 선거대책 본부장’ 역할을 한 셈이다. 더하여 ‘대만사무판공실의 입’으로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온 주펑롄도 차이잉원 재선에 도움을 줬다.

차이잉원 총통을 향해 “홍콩 문제에 개입하면 ‘손절(手切·손을 자름)’당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주펑롄이 오히려 중국 정부로부터 ‘손절(損切·손해를 감수하며 잘라 냄)’당할 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