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美인권단체 대표 입국 거부…‘中 인권 유린 폭로’ 차단

애니 우
2020년 01월 14일 오후 3:18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 홍콩에 도착한 국제인권 감시기구 휴먼 라이츠 워치(HRW)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홍콩 당국에 의해 입국이 거부됐다.

HRW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15일 행사 참석을 위해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이날 현지 시간 오후 8시쯤 트위터에 처음 게재했다. 이어 그는 출입국관리 당국이 그의 입국을 막았다며 이는 중국 정권의 도를 넘는 문제가 악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영상에서 로스 총장은 “중국은 단순히 자국민의 권리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인권 유린의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사람의 능력까지 약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로스 총장은 홍콩에서 행사가 결정된 후 ‘중국의 인권 유린’을 연례보고서의 핵심 주제로 정했다며, 최근 홍콩 시위 장면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 표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로스 총장은 예전에 홍콩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나를 들여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당국에 입국이 거부되는 이유를 묻자 그들은 추가 설명 없이 ‘출입국 관리 규정상’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지는 HRW 성명서에서 “중국이 홍콩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일국양제’ 체재 하에 홍콩인들이 누리는 제한된 자유를 더욱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 더욱 실망스럽다”며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중국 정권이 약속했던 통치 체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시위대를 직·간접적으로 억압해온 중국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인들은 중국 정권이 홍콩의 자치권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며 6월부터 중국의 침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6월 범죄인 인도 법안 상정을 반대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보편적 참정권 요구 및 시위자들에 대한 경찰의 무력 사용의 독립적인 조사 요구로까지 확대됐다.

HRW는 친중 성향의 홍콩 정부가 시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12월 6일 발표한 HRW 성명에서 “그들(홍콩 정부)은 집회 허가 거부로 일부 시위를 제한했고, 시위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을 겨냥해 공격했으며, 부상자를 도우려 했던 응급 구조대원을 구금했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홍콩 거리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불법 출현을 비난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에 발표한 또 다른 성명에서는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과도한 권력을 행사했다”며 국제 기준을 위반한 홍콩경찰의 행동 몇 가지 사례를 상세히 기술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민주화법에 서명하자 중국은 분노를 표출하며 그 보복으로 HRW를 비롯한 미국의 다른 인권단체들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은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외국인 방문객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공산당을 비판한 사람들을 침묵시켜라’는 베이징의 압박을 받는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달 초, 홍콩 시위를 기록해온 한 미국인 사진작가가 입국을 거부당했다. 1997년부터 홍콩의 반(反) 중국 저항 역사에 관한 책을 집필한 미국 학자 댄 개럿도 지난해 9월 입국을 거부당했다.

지난 12일, 홍콩인 수백 명이 다시 에든버러 광장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시민은 “미국이 중국 관리들을 처벌하는 홍콩 인권민주화법을 실제로 시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