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육계 “교사·학생 홍콩 탈출 지속…대책 마련 시급”

앤 장
2022년 06월 19일 오전 10:57 업데이트: 2022년 06월 19일 오전 10:57

홍콩 교사들의 퇴직률이 급증했다. 교실 안팎에서 정치적 견해를 자기 검열해야 한다는 압박과 자조감에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세계인재평가 아시아 1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산하 국가경쟁력센터 발표 기준)를 차지했던 홍콩의 교육자들은 이제 더 이상 뛰어난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홍콩의 중고교 교장협회(HKAHSS)는 최근 홍콩 당국에 “교육자와 학생을 위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협회가 자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0~2021학년도 퇴직 교사는 전년, 전전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조사 대상 140개 학교 가운데 중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두루 교직 경험을 쌓은 우수한 교사들을 포함해 학교별로 평균 7.1명의 교사가 떠났다.

학생들도 홍콩을 대거 이탈하고 있다. 2020~2021학년도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당 평균 32명의 중퇴자가 나왔는데, 이는 거의 한 학급에 해당한다. 이들 중 60%는 홍콩을 떠났다.

협회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에도 이주 현상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양상이 다르다”며 “떠나는 교사들은 가족 전체를 데리고 가고 있으며, 퇴직금 계좌를 폐쇄하고 있다. 영원히 떠나겠다는 것이다.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한 “과거에는 경험 많은 교사들이 대개 정년이 될 때까지 교단을 떠나지 않았기에, 학교는 젊은 교사들이 경험을 쌓도록 도울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경험 많은 교사들이 매우 짧은 통보와 함께 떠날 것을 결정하고 있고, 어떤 교사들은 심지어 학기 중간에 떠나기도 한다”며 결손 교원을 다시 채우는 것도 지금은 벅찬 일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높은 급여도 교사 이탈을 멈추기 어렵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급여가 아니라 교사로서의 존중과 정부의 간섭 없이 가르칠 수 있는 교직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협회는 많은 부모가 학생들을 데리고 홍콩을 떠나고 있어, 이러한 인재 유출이 앞으로 몇 년만 더 이어지면 홍콩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산주의 중국의 정치적 압력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홍콩 이탈은 달라진 홍콩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 공산당은 2020년 6월 ‘홍콩판 국가안전법(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고 이후 교사들은 정치적 견해로 인해 실직하거나 체포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수업 시간 중 정치에 관해 토론하는 교사들은 친중 성향의 직원들에 의해 당국에 신고돼 교사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지난 3년간 ‘윤리 규정’ 위반으로 교사들이 신고된 건수는 502건이며, 이 가운데 344건은 2019년 반(反)독재 시위 참가와 관련됐다.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27명의 교사가 자격을 상실했고, 69명은 교실에서 ‘논란이 되는 정치 사건’을 언급해 문책당했다.

일부 교사들은 시위대 지지 발언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홍콩 민주당의 교육정책 대변인 추쯔록은 “SNS에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교사의 개인적 자유”라며 “논란이 되는 사건을 토론하는 것은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격려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대변인은 “교육청의 비판은 교사들이 교과서 밖 지식을 가르치고 사고력을 키우는 일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홍콩 민주당은 정부의 과도한 일상 개입이 교사들의 퇴직을 가속한다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초·중·고에서 국가안보 교육을 시작했다. 많은 홍콩 학부들은 이를 중국 공산당 정권의 자녀 세뇌 시도로 판단, 홍콩 이탈을 결심하고 있다.

잔드라 목이툰 전 홍콩 노동복지국 정치보좌관도 그중 하나다. 그녀는 자녀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세뇌를 받는 것이 두려워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여론조사기관인 홍콩민의연구소는 지난 3월 21~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24%가 이민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자녀 교육과 미래를 이유로 꼽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