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중국 공산당 통치 반대 시위하던 10대 고교생 가슴에 실탄 총격

남창희
2019년 10월 2일 오후 11:52 업데이트: 2019년 10월 2일 오후 11:57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10대 청년이 중태에 빠졌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1일 홍콩 취안완구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18세 고등학생 시위대가 경찰이 쏜 권총을 맞고 쓰러졌다가 병원에 후송됐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에서는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에 둘러싸인 경찰 중 한 명이 권총을 꺼내 시위대를 향해 근거리에서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실탄 사격에 앞서 시위대를 발로 차기도 했다.

영상에서는 실탄에 맞은 학생이 뒤쪽으로 비틀거리며 걷다 그대로 쓰러졌으며 “가슴이 많이 아프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상에서는 해당 학생이 왼쪽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바닥에 누은 채 산소마스크를 쓴 모습이 보였다.

이후 이 학생은 병원으로 총탄 제거수술을 받은 뒤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국 공산당 통치 70주년을 맞아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 베이에서 애드미럴티까지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천명이 항의 행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홍콩 경찰은 지하철역 최소 11개를 폐쇄하며 시위대의 발을 묶고 물대포, 최루탄, 콩주머니탄을 동원하며 무력 진압에 나섰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며 바닥에 짓눌러 제압하는 등 과잉진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홍콩 경찰은 이러한 진압장면을 생중계하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보고했지만, 실탄 피격 사건으로 진정성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홍콩 야당의원 출신의 인권운동가 리척얀은 “오늘 우리는 공산당을 향해 ‘홍콩인들은 아무것도 축하할 일이 없다’고 말하려 한다. 공산당 통치 70년 동안 홍콩과 중국에 있는 사람들의 민주적 권리가 박탈됐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17주째 이어지며 민주화 요구 시위로 확대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9월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 강경진압 책임자 조사 등 5대 요구사항 중 나머지 4개항에 대해서는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