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中 국가안전법 제정 후 해외이민 물결 지속

나단 애머리(Nathan Amery)
2023년 03월 20일 오후 9:21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52

2020년 홍콩 국가안전법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제정된 이후 10만 명이 넘는 홍콩인이 해외로 이주하는 이른바 ‘이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현지 시간) 양일간 홍콩 완차이 컨벤션센터에서는 ‘제4회 국제 이민 및 부동산 박람회(II&PE)’가 개최됐다. 80곳이 넘는 이민 및 해외 부동산 기업이 참가했으며, 20개국에서 70회 이상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아울러 3만5000명이 박람회에 사전 등록했다. 사상 최다 인원이다.

사전 등록 관람객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1~2년 이내에, 15%가 6개월 이내에 이민하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22%는 2년 이상 후에 이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아울러 이민이 더 이상 부유한 가정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제시했다. 전체 응답자 중 23%가 월 가구 소득이 2548~6370 US달러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0만 원에서 800만 원 선이다.

홍콩인이 해외로 이주할 상위 3개 국가는 가구 소득에 관계없이 영국(38%), 캐나다(21%), 호주(17%)로 나타났다. 박람회 주최 측은 이들 국가가 홍콩인을 위한 이민 정책을 도입해 홍콩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피터 체 II&PE 이사는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홍콩인의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체 이사는 “박람회 참가 업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매달 약 250건의 이민 및 해외 주택 소유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며 “이는 지난 박람회 통계보다 20%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6월에 개최된 제3회 박람회 관람객 4만7000명보다 줄어든 약 3만 명의 관람객이 이번 박람회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주최 측은 이민이 시급한 홍콩인들이 줄 지어 떠난 지난 2년간 이민자 수가 정점을 찍은 후 최근에는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의 물결’, 앞으로도 최소 3~4년은 계속될 것”

전문가들 또한 홍콩 이민자 수와 관련, 증가세가 둔화될지언정 증가 자체가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지난 15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학자는 “현재 이민의 물결이 지난 2년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3~4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물결을 잠재울 수 있는 건 홍콩의 상황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홍콩 국가안전법으로 인한 이민의 물결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홍콩인들은 이민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이민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관련 정보를 접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많은 홍콩인이 이미 친인척이나 지인, 또는 기타 경로를 통해 이민 관련 정보를 입수한 상태다. 아울러 최근 홍콩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이민을 계획 중인 홍콩인들은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살펴보기 위해 해외 출국을 떠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의 변화로 인해 이민 컨설턴트 및 박람회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2 홍콩인 순유출은 6만 명

지난달 홍콩 인구통계청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만 홍콩 인구 순유출이 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홍콩 국가안전법이 발효된 시기인 2019년 말부터 2020년 사이에 홍콩을 떠난 거주민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NO 비자 신청 감소

한편 영국 정부는 2020년 6월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에 맞서 2021년 1월부터 홍콩인을 위한 BNO(영국해외시민) 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3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영국 내무부는 16만700건의 BNO 비자 신청을 접수했다. 이 중 15만3708명이 성공적으로 승인을 받았으며 12만9493명이 영국에 입국했다.

이런 가운데 BNO 비자 신청 건수는 2021년 1분기 3만4300건에서 지난해 4분기 1만100건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