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최루탄 맛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연진
2020년 05월 22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8

먹자마자 목이 따갑고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일명 ‘최루탄 맛’ 아이스크림이라고 한다.

이렇게 콕콕 찌르고 아린 맛의 아이스크림이 출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은 ‘최루 가스’를 절대 잊지 못한다. 홍콩 경찰은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현장에 최루탄을 투척한 바 있다.

“현재 시위는 무산됐지만 ‘저항의 맛’은 절대 잊지 말자”. 이런 취지에서 ‘최루탄 맛’ 아이스크림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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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NBC 등 외신들은 홍콩에 있는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 ‘소그노젤라토’에서 판매 중인 최루탄 맛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가게 주인은 “최루탄 맛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라며 “하지만 최루탄 맛은 내 기억 속에 생생했다. 그 맛을 내기 위해 고추냉이, 겨자, 후추 등을 넣어봤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스크림에 ‘흑후추’를 가미해 실제 최루 가스와 가까운 맛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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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한 입 먹자마자 목을 찌르는 느낌이 실제로 최루 가스를 마셨을 때와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손님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숨쉬기도 어렵고, 따갑고 아린 맛이 난다”라며 깜짝 놀랐다.

한 스쿱에 약 6천원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이곳을 찾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주인은 “항쟁의 맛을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익숙해지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잊지도 말자”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된다”고 이 아이스크림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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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에는 무려 1만발이 넘는 최루탄이 사용됐다.

홍콩 경찰은 인구 밀집 지역에 최루탄을 쏘거나, 사람을 향해 조준 사격하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