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막힌 6·4 톈안먼 추모집회, 타이베이서 열기로

최창근
2023년 05월 21일 오후 8:20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39

매년 홍콩에서 개최되어 온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희생자 추모집회가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개최된다.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30여 년간 공개적으로 톈안먼 추모 행사가 열려 왔다. 2020년 홍콩 보안법 제정 후 해당 행사를 주최해 온 단체가 해산하고, 매년 집회가 열려 온 빅토리아 파크를 4년 연속으로 홍콩 당국이 봉쇄하는 등 올해도 추모 행사가 열리지 못할 전망이다. 이 속에서 대만 시민단체들이 추모행사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5월 20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화인민주서원협회(華人民主書院協會), 사법개혁기금회(司法改革基金會) 인권공약시행감독연맹(人權公約施行監督聯盟) 등 대만 시민단체들이 오는 6월 4일 톈안먼 사건 34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주최 측은 시민단체, 학생 단체가 연대하여 민주주의 박람회를 열고, 6월 4일을 기념해 64초간 촛불 추모식을 여는 등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 중정(中正)구 국립중정기념당(國立中正紀念堂·장제스 기념관) 앞 민주대도(民主大道)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해서 청젠위안(曾建元) 화인민주서원협회 이사장은 “중국 공산당은 6·4 톈안먼 사건 이후 독재 노선을 바꾸지 않고 중국 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탄압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편 6·4 사건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없애려 든다.”고 말했다.

청젠위안 이사장은 “6·4 추모행사 개최는 대만이 민주화 이후 국제사회와 자유세계에 대한 책무를 다한다는 것을 상징하며 이는 단순히 양안이나 중국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6·4 행사는 권위주의 확장에 대응하는 민주주의 진지이며, 행사가 열리는 중정기념당은 지난날 대만 권위주의의 상징이었지만, 1990년 야생백합 학생운동이 벌어진 역사적 장소로서 대만 민주주의의 랜드마크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청젠위안 이사장은 “내년 대만 총통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닌 ‘민주주의와 독재의 대결’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톈안먼 추모 행사에 참석하거나 시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화인민주서원은 2011년 타이베이에서 설립된 비영리조직이다.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민주주의 교육 등을 실시한다. 왕단(王丹), 왕쥔타오(王軍濤), 타오쥔싱(陶君行) 등 톈안먼 사건 관련자, 홍콩과 대만의 민주화 인사들이 주도하여 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