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공산당 세뇌… 교육청은 학부모에, 학교는 교사에 ‘사상교육’ 강요

김태영
2022년 12월 22일 오후 9: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2일 오후 9:22

세계가 우려했던 일이 홍콩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홍콩 학부모들은 ‘국민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사는 ‘국가보안법 시험’에 합격해야 임용된다. 공산당 사상 세뇌교육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홍콩 교육청 “내년부터 학부모도, 교사도 공산당 교육 필수”

홍콩 교육청(EDB)은 지난 13일 전국 공립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부모들도 매년 1회 이상 ‘국민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공산당에 대한) 애국심 및 반체제 성향 등을 평가해 상부 또는 관련 부처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국민교육은 주로 중국 공산당(CCP)이 업적이라고 내세우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 공산당 총서기 찬양 내용이다. 그간 수많은 중국인을 ‘세뇌’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이 밖에도 홍콩 교과서에는 톈안먼 사태와 같이 CCP 정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역사가 모두 삭제됐다. 톈안먼 사태(6·4 사건)는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중국 공산 정권이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본토 출신 “홍콩, 중국과 달라…학부모가 자녀에게 진실 알려줄 것”

중국 본토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후 1994년 홍콩에 정착한 릴리 후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공산 정권에 세뇌를 받는다.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가사도 온통 CCP를 찬양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CCP는 ‘당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인민을 사랑한다’는 구호를 내건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 세 가지 개념(공산당·중국·중국인)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홍콩에 온 후 몇 년간은 CCP에 대해 비판하는 말을 들으면 중국인이나 나 자신이 비판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들과 맞서 논쟁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릴리 후는 홍콩에서 중학교에 다니면서 CCP와 관련한 역사적 진실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는 담임 선생님이 나를 포함한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 10여 명에게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선생님은 당시 태풍 경보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홍콩 사람들이 중국 본토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지지하는 퍼레이드를 개최했다고 말해줬다”며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움과 유익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홍콩 당국의 이번 지침은 중국 본토에서 벌어지는 세뇌 방식과 같다”며 “하지만 홍콩은 중국 본토에 비해 진실에 접근할 방법이 많다. 홍콩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진실을 말해줄 것이며 이는 대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내년부터 국가보안법 시험 합격해야 교사 임용…“비밀 경찰될 듯”

EDB은 내년도부터 전국 공립 학교에 임용되는 교사들이 CCP의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시험을 통과해야 임용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해당 규정에는 학교장을 포함해 모든 교직원이 잠재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 등을 교무처나 공안 또는 교육부 관련 부처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0년 경력의 한 홍콩 교사는 RFA에 “국가보안법이 수학이나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학교가 정치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왔던 홍콩 정부가 직접 학교에 정치를 접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전직 교육청 공무원은 RFA에 “앞으로 교사들이 비밀 경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자신부터 보호할 것이고, 이는 자연히 상호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