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배우 황추생 “당국의 출연금지로 6년간 수입 없었다”

류지윤
2021년 02월 11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1년 02월 11일 오후 7:32

홍콩의 연기파 배우 황추생(黄秋生·황치우성)이 가슴에 품었던 말을 꺼냈다.

대만으로 거처를 옮긴 황추생은 지난 7일 대만의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화제가 ‘홍콩 정세’로 옮겨가자 격정을 토로했다.

황추생은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그저 양심적인 보통 사람”이라며 “할 말을 했다고 탄압을 받고 있다”며 지난 6년간 변변한 수입을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영화 ‘무간도’에서 경찰관 황 국장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 연기파 배우 황추생은 평소 강직한 성품으로 홍콩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황추생은 2014년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중국 공산당(중공)의 압제에 저항한 ‘우산 혁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홍콩 정부와 중공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와 드라마 출연이 금지됐다.

홍콩 영화계가 이미 ‘중국과 합작 영화’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이후 6년 동안 황추생은 단 한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지 못했고 홍콩 연극무대에 오르거나 소규모 독립 영화에 간간히 얼굴을 비칠 수 있었다.

그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6년간 수입이 없었다”면서도 후회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불공평함과 불의를 보고도 침묵한다면 공범과도 같다”며 “사람이 꼭 정의로운 영웅이 될 필요는 없지만, 공범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황추생은 당국의 눈 밖에 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배우로서 삶을 이어나갔다.

지난 2019년에는 출연료를 전혀 받지 않고 출연한 홍콩 영화 ‘스틸 휴먼'(Still Human·淪落人)으로 치열한 경쟁자를 뚫고 개인 통상 세 번째로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인터뷰에서 황추생은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공에 이양되던 해 직접 목격한 ‘기이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날 나는 홍콩이 끝났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황추생은 홍콩이 반환된 1997년 7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운전을 하던 도중 도로를 달리던 한 차량에서 옛 중국식 무쇠솥이 떨어져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사건을 봤다고 했다.

이 무쇠솥은 흔히 ‘정’(鼎)으로 불리는, 발이 셋 있는 솥으로 중화권에서는 ‘회귀’를 상징한다. 그는 이를 매우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기이한 경험은 또 있었다. 바로 다음 날, 황추생은 아침 일찍 외출하려 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집안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했다.

그는 “하늘이 자줏빛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는데 요사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장대비가 퍼부었는데 정말 기상천외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추생은 중공의 ‘인치’(人治·사람의 지배)를 비판했다.

인치는 법치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법치는 정해진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으로 모두가 규칙에 따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유와 안정이 보장되는 통치제도다.

반면 인치는 특정한 사람이 자의적으로 다스리는 제도다. 훌륭한 사람이 어진 정치를 펼칠 수도 있지만 제한 없이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생길 수 있어 비판을 받는다.

중공은 홍콩의 주권을 반환받으면서, 영국과 국제사회에 향후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절반인 25년이 채 지나지 않아 홍콩판 국가안전법 실시로 사실상 자치권을 박탈했다.

황추생은 “당시 중공은 ‘홍콩 50년, 말은 계속 달리고 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계속된 것은 도박과 색(色)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등소평이 죽자 약속했던 것이 사라지지 않았나, 이게 바로 인치”라고 했다.

황추생은 특유의 낙관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홍콩을 떠난 것은 상황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이라며 “홍콩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대만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번 인터뷰를 필두로 본격적인 대만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황추생은 “대만은 전통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는 곳이라 도덕관념과 순박한 민간 풍속이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 사람들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기서 ‘꺼져(滚 [gǔn] 꾼)’ 같은 무례한 말은 절대 못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