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양광·가스 발전업체, ‘그린워싱’ 적발돼 벌금

한동훈
2022년 10월 29일 오후 5:56 업데이트: 2022년 10월 29일 오후 6:30

호주의 태양광 및 가스발전 업체가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허위 주장을 한 혐의로 약 5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벌금 자체의 액수는 높지 않지만, 탄소중립이 기업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다.

호주의 기업 관리감독 기구인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는 ‘틀루(Tlou)에너지’에 실제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며 5만3280 호주달러(약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린워싱은 제품, 서비스가 실제로는 환경친화적이거나 지속가능성 또는 윤리성을 준수하고 있지 않은데도 친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린워싱은 투자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펀드 판매사나 매니저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기업이 탄소중립을 준수한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다양한 산업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ASIC의 새라 코트 부회장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가능성 같은 녹색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트 부회장은 호주 정부가 ‘녹색인증(Green Certification)’을 도입해 기업의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저감을 장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그린워싱 꼼수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ASIC는 현재 ‘녹색인증’과 관련해 다수의 상장기업과 연금 등 거대 펀드, 자산관리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며 “그린워싱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심각한 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 등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SIC는 틀루 에너지의 위반 사항을 △자사의 전기 생산이 탄소중립적이라고 주장 △천연가스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 과장 △태양광 발전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는 허위 주장 △태양광 발전량 과장 등 네 가지로 지적했다.

틀루에너지 측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벌금을 완납해, 사실상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탄소중립의 이면…‘그린워싱’ 리스크

벌금 부과를 포함해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호주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캐나다 당국은 관련 제도를 정비해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 고삐를 죄고 있으며,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는 기업들이 그린워싱 혐의로 감사 처분을 받았다.

그린워싱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진보나 화석연료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보수 양측 모두에 논란이 되는 이슈로 평가된다.

진보 측에서는 기업들이 탄소중립 정책에 제대로 따르는지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 보수 진영은 ‘녹색 제품’이나 ‘녹색 서비스’가 실제로는 비녹색 자원인 석탄·석유 없이 가능한 것인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호주의 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엔지니어인 피터 캐슬은 “청정에너지 산업, 특히 수소에너지가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캐슬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른바 ‘녹색 수소’는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해서 만들어진다”며 “엄밀히 말해 물의 전기분해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일 때만 ‘녹색 수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로 수소 생산을 위해 물을 전기분해할 때 사용되는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 발전을 통해 얻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수소 생산업체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그린워싱이 끼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녹색 에너지 실천을 위해 기업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추가 규제가 필요해질 수 있다.

실제로 규제당국의 눈을 피해 소비자에게 ‘녹색 인증’을 받았다고 허위 광고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ASIC에 따르면 최근 호주의 한 자산관리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녹색연료와 화석연료로 구성된 투자옵션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서 “녹색 인증을 받았다”고 고객들을 기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전문가인 스티브 벡스터는 이러한 기업들의 탄소중립 투자를 주도하는 글로벌 투자사들 역시 정보를 더 많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록 같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이끄는 조직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투자 펀드들이 기업에 ESG 기준 충족을 요구하면서 그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하락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을 제공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펀드매니저들이 수익이나 환경에 미치는 실질적인 긍정적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그저 글로벌 조직들의 외압에 의해 ESG 투자를 늘리고 있는지 투자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다니엘 텅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