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줄여줄게 다시 오지마” 캘리포니아 재소자 8만명 조기 석방 논란

한동훈
2021년 05월 2일 오전 9:1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일 오전 11:14

캘리포니아 폭력범·재범 포함 7만6천명 조기 출소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상습 폭력범 등 중범죄자를 포함한 7만6천 명의 재소자에게 더 일찍 조기 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교정국은 강력범죄로 기소된 6만3천 명을 포함해 재소자들의 형량을 3분의 1로 줄여주는 모범수 상점제 ‘굿타임크레딧(good time credits)’을 시작했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인 재소자 숫자를 줄여보기 위한 시도다. 인구 약 3950만 명(2019년 인구조사국 집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범죄자 숫자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모범수 상점제는 교도소 내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는 재소자에게 상점을 주고, 일정 점수 이상 쌓이면 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이미 2017년 도입돼 시행 중이지만, 이번에 형량 단축 혜택을 기존 5분의 1에서 3분의 1로 늘렸다. 5년형 복역 중이라면 형량 단축이 최대 1년에서 1년 8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모범수 상점제는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 복역 중인 중범죄자 약 2만 명에게도 적용된다.

무기징역(종신형)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가석방 있는 종신형’으로 나뉘는데, 전자가 더 심각한 범죄자들에게 선고되는 형벌이다.

제도 시행은 1일부터지만, 재소자들이 혜택을 적용받아 조기 출소하는 시점은 수개월에서 수년 뒤부터다.

캘리포니아 교정국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로 치안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찬성 측에서는 모범수에게 더 나은 보상을 통해 교정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폭력사범이 아닌 전과 2범 재소자에 대해 형량의 절반만 복역해도 출소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도 시행된다. 이는 모범수 상점제의 형량 단축 3분의 1보다 더 큰 혜택으로, 약 1만 명에게 적용된다.

캘리포니아는 ‘삼진아웃법(Three strikes law)’에 따라 전과 2범인 사람이 3번째 범죄를 저지르면 25년형 혹은 종신형에 처할 수 있으나, 폭력사범이 아닌 전과 3범 약 2900명도 같은 형량 단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방안을 열어뒀다.

또한 부족한 소방 인력 확보를 위해 화재 진압 현장에 투입됐던 재소자들은 현장 투입된 그달에 조기 출소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다나 시마스 캘리포니아 주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재소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실천하고 규칙을 준수하며 재활·교정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를 통해 재소자들이 더 빨리 사회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재소자 숫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범죄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는 캘리포니아의 새 제도가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형사재판법정재단(CJLF)의 켄스 스키데거 법무이사는 “범죄자는 모범적인 수감 생활로 잃어버린 시간(형량)을 돌려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망쳐버린 (피해자들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키데거 이사는 “그렇게 해서 재소자들이 철이 든다면, 교도소 인구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저 퍼주는 행위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짐 닐슨 상원의원은 개빈 뉴섬 주지사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변경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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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닐슨 상원의원 | Rich Pedroncelli/File Photo via AP 연합

가석방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닐슨 의원은 “뉴섬 주지사는 주민의 손으로 선출된 대표 혹은 주민의 직접 투표가 아닌, 자신의 권한으로 이 같은 행정을 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우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10여 년 주법원과 주정부 주도로 재소자 감소 정책을 펼쳐왔다.

캘리포니아 교도소 재소자는 2006년 16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법원 명령으로 이후 체육시설 등으로 재소자를 분산 수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캘리포니아 주 연방판사들은 교도소 인구가 지나치게 밀집해 재소자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재소자 숫자를 줄이라고 명령했고 이 명령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면서 확정됐다.

주 교도소가 아닌 카운티 교도소에 하급 중범죄자들을 가둬두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고등법원의 결정 이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14년에는 주민 투표로 경제 사범과 마약 사범에 대한 형량을 줄였고, 2016년에는 모범수 상점제를 도입해 형량의 5분의 1을 줄여주는 법안이 주민 투표로 통과돼 2017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20년 중공 바이러스 확산 전까지 재소자 숫자는 11만7천 명으로 감소했으며, 바이러스 확산 이후 교도소 내 전염병 창궐을 우려해 8천 명을 석방하는 등 지난 한해에만 총 2만1천 명이 석방되거나 임시 수용시설로 이감됐다.

뉴섬 주지사는 교도소 폐쇄도 추진하고 있다. 수잔빌에 있는 캘리포니아 교정 센터는 2022년 7월 문닫고 올해 10월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재소자 직업재활 센터가 문을 닫는다.

또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추가 석방이나 형량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몇몇 보수성향의 의원과 시민들은 범죄자에 대한 포용적 정책이 캘리포니아의 치안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찍, 쉽게 석방되는 상황이 증오범죄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