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말인 줄 알았던 “중국의 어려움이 한국의 어려움”이 현실이 됐다

한동훈
2020년 03월 11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0년 03월 11일 오후 5:48

우리가 ‘중국’이라고 알고 있는 나라는 역사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그 중국(中國)이 아니다.

현재 중국으로 불리는 나라의 공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중국은 그 약칭이다.

과거 한국에서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국가 ‘중국’과 1949년 공산주의혁명으로 수립된 ‘중국’을 구분하기 위해, 후자를 ‘중공’이라고 불렀다.

지난 2월 11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은 외부 울타리에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어려움이 한국의 어려움이고, 중공의 어려움이 한국의 어려움이라는 주장이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외벽 울타리에 ‘중국의 어려움이 곧 한국의 어려움’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 웨이보

주장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중공에서 중국인들이 겪는 폐렴 확산, 마스크 부족, 의료진 고초 등은 고스란히 한국인에게도 이전됐다.

한국의 최초 우한 폐렴 확진자는 35세 중국인 여성으로, 19일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격리됐다. 또한 그 외에도 확진 판정을 받은 몇몇 환자들 역시 우한에서 한국으로 들어갔다.

이후 한국에서는 대구에 있는 신천지 교회가 감염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대구의 상권과 식당가는 활기를 잃었고, 이런 현상은 이제 우한 폐렴과 함께 한국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그 사이 환구시보는 2월24일 ‘신천지 신도들이 우한에 사무실을 열었다가 공안에 적발돼 쫓겨났다’며 우한에서의 폐렴 확산이 신천지와 연결된 듯한 보도를 냈다.

같은 날 환구시보는 ‘일부 국가의 바이러스 대응이 늦다’는 사설에서 한국, 이탈리아 등의 조치가 느리다며 “(중국의) 시험지를 베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고 꾸짖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지방에서는 한국 입국자에 대한 강제격리 조치를 시행해, 교민사회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월27일에는 중공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 전문가팀 책임자인 중난산 교수가 “중국에 처음 출현하긴 했지만, 발원지는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달 4일에는 중공 관영언론들이 ‘떳떳하다,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글을 대거 게재했다. “중국이 마스크를 수출 안하면 미국은 지옥이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이 ‘중공의 어려움을 함께하자’고 외치는 사이, 한국은 훈계를 듣고 격리당하고 고립되고 있었다.

한 중화권 언론인은 “중공은 자국민에게 ‘당의 말을 듣고 당을 따르라’고 하고, 다른 국가에는 ‘함께하자’고 한다”며 “그러나 좋은 결말을 얻은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