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10월1일은 경사스러운 날?

강우찬
2022년 09월 28일 오후 12:13 업데이트: 2022년 09월 28일 오후 12:13

중국에서는 매년 10월1일을 ‘국경절’로 기념한다. 국경절은 춘절(春節·춘제)과 함께 오늘날 중국의 양대 명절이다.

국경절은 실제로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건국기념일이다. 국경절은 ‘국가의 경사스러운 명절’을 뜻하지만, 현대 중국에서는 중공의 건국기념일과 동의어로 쓰인다.

중국공산당 당수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1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중공 건국을 선언했다. 이렇게 세워진 국가를 ‘신(新)중국’이라고도 부른다.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설날이 춘절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 9월21일 개최한 제1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이전까지 사용하던 음력과 중화민국 연호를 버리고 양력을 채택했다.

이때 양력 1월1일을 설날(元旦·원단)로 정하고, 원래 설날은 ‘춘절’로 부르도록 했다. 수도 이름도 베이핑(北平)에서 베이징(北京)으로 변경했다. 이어 12월에는 매년 10월1일을 국경절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옛 중국의 명절과 연호를 끊어내고 공산주의 이념에 기반한 ‘신중국’의 탄생일을 ‘국가의 경사스러운 날(국경절)’로 부르도록 한 것이다.

신중국을 자처한 중국공산당 정권의 성격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등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천 년간 이어진 전통과 문화유산을 ‘낡고 냄새나는 것’으로 낙인찍고 모조리 파괴하고 불태운 문화 말살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을 거부하는 중국인, 중화권 인사들은 이날을 ‘국상일(國殤日)’이라고 부른다. ‘국상’은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이었던 굴원이 ‘초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국지사들을 애도하며 지은 시에 등장한다.

춘절이라는 말 자체는 2천 년 전 후한 때부터 등장했다. 입춘처럼 봄의 시작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기원이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학자도 있다.

오늘날처럼 설날 대신 춘절이라고 부르자는 주장을 처음 한 것은 청나라 말기 무관이자 청나라 멸망 이후 중국의 군벌로 활동한 위안스카이였다.

위안스카이는 1913년 “음력 1월1일을 춘절로 부르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앞서 1912년 쑨원이 중화민국을 수립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양력을 도입하면서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선포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반 대중은 여전히 음력 1월1일을 설날로 부르는 옛 관습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이날을 명절로 지키는 전통도 굳건했다.

춘절이 완전히 설날을 대체한 것은 1949년 9월 중국공산당의 결정이 계기가 됐다. 다만, 자연의 변화에 따르는 민중의 삶의 방식까지 완전히 바꿀 순 없었다. 춘절은 국경절과 함께 중국의 최대 명절로 지켜지고 있다.

국경절과 춘절 모두 그 명칭의 사용을 중국공산당이 결정했고 중국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공산당에 비판적인 평론가들은 이를 ‘정치용어’로 분류한다.

2019년 홍콩의 반중반공 시위 당시 사용된 포스터 일부. 10월1일을 국상(일)로 표시했다. | 트위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도 매년 10월1일을 중국공산당이 원하는 명칭인 국경절로 부르기를 거부한다. 홍콩 시민들을 이날을 국상일로 부르며 일당독재를 거부하는 의사표현의 한 수단으로 삼는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러한 홍콩 시민들과, 공산당을 거부하는 중국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이날을 ‘중국공산당의 정권수립 기념일’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춘절(춘제)’는 설날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