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볶음밥’ 아닌 ‘볶음방’…부동산 거품

강우찬
2022년 09월 17일 오후 2:14 업데이트: 2022년 09월 17일 오후 3:07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아파트 판매량은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거품 붕괴 위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의 연쇄 반응의 결과다. 정부가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줄을 죄자, 헝다그룹을 비롯한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졌고 그로 인해 중국 곳곳에서 아파트 건설 중단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예상치 못한 것은 아파트 구매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아파트 구매자들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상환할 수 없다며 ‘상환 거부 운동’에 돌입했다.

구매자들은 사태 초반 개별적으로 은행 앞에서 산발적 시위를 벌였으나, 은행과 정부 측에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자 단체로 시위를 벌이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인 ‘깃허브’의 크라우드소싱에 공유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피해를 본 구매자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중단한 사례는 115개 도시에서 320여 건이 넘는다.

1998년부터 ‘상품’된 부동산…2003년 거품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인 중국은 1998년 6월 주택을 직접 공급하던 이전까지의 방식을 중단하고 주택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주택 시장 개혁을 실시했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하나의 상품이 됐다.

이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고 부동산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넘어 중국인들이 자산을 증식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부동산 거품이 출현한 것은 2003년 무렵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주요 산업으로 여기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당시 부동산 투기 열풍을 나타내는 말이 있다. ‘차오판(炒飯·볶음밥)’과 비슷한 발음의 ‘차오팡(炒房·볶음방)’이다. 밥을 볶아 요리하듯 빈번하게 부동산(房)을 사고판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현재 상황이 어떠하든 부동산은 무조건 오를 것으로 믿고 맹렬한 기세로 부동산에 몰렸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아파트를 구매해 완공되기도 전에 파는 형태의 매매도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제 국내총생산의 25% 이상을 떠받치는 경제의 기둥이 됐지만, 그로 인해 경제구조가 왜곡되고 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부동산 거품도 심각해졌다. 한때 사라졌던 볶음방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늘어나는 미분양 아파트 단지, ‘유령도시’ 전락

중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주택이나 아파트, 사무실을 완공하기도 전에 분양·판매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회전을 빠르게 하고 자금 조달 능력을 대폭 높여준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이 계속 성장한다는 신뢰가 없다면 이러한 구조는 곧 삐걱거리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둔화세가 심화되자 주택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100여 개 도시에서 주택 구매제한을 완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구매자들은 상환 거부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신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상환 거부 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은 중국 경제의 25~30%를 떠받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직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대출만을 남긴 채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아파트들이 거대한 망령처럼 번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