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금의위’ 중공 중앙기율위 ‘감찰관’ 외교관 신분으로 재외공관 파견

최창근
2023년 03월 31일 오후 3:12 업데이트: 2023년 03월 31일 오후 11:07

시진핑 3기 체제를 맞이한 중국이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 중국 공산당 소속 감찰관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내부 직원 감찰‧기율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해외로 도피한 반체제 인사와 부패 혐의자를 추적·송환하고 그들의 자산을 환수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제인권기구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이 비밀리에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며 자국민 송환 업무 등 불법 영사 업무를 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각국에서는 해외 경찰서 실태 조사, 폐쇄에 나섰다.

이 속에서 중국 공산당 최고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소속 ‘감찰관’들이 재외공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29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소속 감찰관들이 해외 대사관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업무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파견 감찰관은 검찰, 경찰 등 주재국 사법 기관과 협조를 통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공산당의 감찰관 배치에 대해 해당 국가들은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찰관이 집중 배치된 국가는 이른바 ‘G20’으로 불리는 주요 선진‧개발도상국으로 한국도 포함된다.

정부 기관이 아닌 당(黨) 차원에서 사정기구 소속 감찰관을 재외공관에 파견하는 것은 표면상으론 집권 3기에 들어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정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권력과 돈, 자원이 집중된 분야에서 부패와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해당 감찰관이 주재국에 실질적인 경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캠페인 책임자 로라 하스는 “감찰관 재외공관 배치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해외 활동을 합법화할 뿐 아니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불법적인 중국 송환까지 정당화하려는 노림수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약 60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12개 이상의 조약이 완전히 비준·발효되지 않았다.

지난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중국의 해외 경찰서를 확인하고 폐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공산당의 감찰관 배치에 대해 “비밀 경찰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폐쇄 요구가 일자, 공식 외교 채널인 각국 대사관을 통해 경찰력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이 아닌 특정 정당(공산당) 조직원에게 외교관 신분을 부여해 파견한 것은 국제 관행상 이례적인 것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미국은 중국의 사냥터가 아니다. 미국 국민을 겁박하는 주권 침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중국은 최근 5년간 이른바 ‘여우사냥’ 작전을 통해 7000여 명의 해외 도피 사범을 송환했다. ‘하늘의 그물(天網)’ 작전을 통해서는 51억2천만 달러(한화 약 6조7천억 원)를 회수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현대판 ‘금의위(錦衣衛)’로도 불린다. 금의위는 명(明)대 황제 직속 친위 경찰조직이었다.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체포, 감금, 고문과 같은 행위들을 대신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실시할 수 있어 폐해를 낳기도 하였다. 금의위는 ‘국가와 황제의 적’이라고 판단되는 그 누구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었다. 모든 초법적인 수사 장치들이 이들에게 허가되었으며, 재판 없이 죽일 수도 있었다. 이들은 대신들이나 내각대학사가 아닌 황제에게 직접 명령을 받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재외공관 소속 감찰관은 중국 공산당 당원(黨員) 신분인 중국 대사도 눈치를 살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