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출범…일본 국가공안위원회-경찰청의 시사점은?

최창근
2022년 08월 2일 오후 6:34 업데이트: 2022년 08월 2일 오후 6:34

8월 2일, 행정안전부의 경찰 전담 조직 ‘경찰국’이 공식 출범했다.

경찰국 신설을 두고 군과 더불어 무장(武裝) 조직이자 ‘수사권’을 보유한 경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라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경찰을 정권 입맛에 맞춰 길들이려 만든 조직이라는 야권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이 속에서 종전 경찰 통제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국가경찰위원회(위원장 김호철)는 8월 2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7인의 경찰위원 전원은 서울 서대무구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안 정책의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는 치안 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안으로 국가경찰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바꾸고 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 개혁의 일환으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과 동일하게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가와 각 광역지방단체에 ‘공안(경찰)위원회’를 설치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한 이웃 일본의 경찰제도가 참고가 된다.

일본 경찰제도는 기본적으로 국가·지방 경찰 이원(二元)체계이다. 총리-내각부-국가경찰위원회-경찰청으로 이어지는 국가경찰이 존재하고, 별도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지방자치경찰도 존재한다. 지방자치경찰은 도도부현 지사-도도부현 공안위원회의 통제를 받으며 산하 경찰서를 감독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혼합된 제도를 일본식 ‘통합형’ 경찰제도라고 한다.

국가경찰의 정점에 선 경찰청(警察廳)은 지방경찰을 직접 통제할 수 없지만 각 관구(管區) 경찰국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 일본 전역을 7개 광역권별로 나누어 도호쿠(東北)·간토(關東)·주부(中部)·긴키(近畿)·주고쿠(中國)·규슈(九州)·시코쿠(四國) 관구경찰국이 설치돼 있다. 수도 도쿄(東京)와 면적 기준 최대 지방자치단체 홋카이도(北海道)는 예외로 하여 경찰청 직할로 두고 관구경찰국 대신 ‘경찰정보통신부’를 설치하고 있다. 관구경찰국은 관내 부·현 경찰 지도·감독, 광역수사 조정, 태풍·지진 등 대규모 재난·재해 대응, 경찰통신, 간부 교육 훈련 등을 담당한다.

경찰청은 법적으로 내각 총리대신 소관의 국가공안위원회(國家公安委員會· National Public Safety Commission)의 통제를 받는 특별행정기관이다. 국가공안위원회는 내각 국무대신(國務大臣·장관 해당)이 임명하는 위원장 외 민간인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공안위원은 국회 양원(兩院·참의원과 중의원)의 동의를 얻어 내각총리대신이 임명한다. 위원의 임기는 5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대학 교수 등 저명 인사가 맡는 것이 관행이다.

니노유 사토시(二之湯智) 일본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 교토를 지역구로 둔 3선 참의원(상원의원)으로서 내각 방재·해양정책 담당 특명대신(特命大臣)을 겸직하고 있다.

국가공안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인 통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법에 근거해 창설됐다. 이러한 원칙에 의거하여 법적으로 내각부의 외국(外局·한국 외청 해당)이지만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주 임무는 ▲국가 공안 관련 경찰 운영 주관 ▲경찰 교양 ▲경찰통신·정보기술 분석 ▲범죄감식·범죄통계·경찰장비 관련 사항 총괄 ▲경찰행정 조정 ▲개인의 권리와 자유 보호,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이다. 일본 경찰법 제1조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적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경찰의 관리와 운영을 보장하는 동시에 능률적으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찰 조직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상면에서 행정안전부 소속인 한국 경찰국과 달리 국가공안위원회는 내각부(內閣府·총리실) 직할 조직으로서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공안위원회는 총리 직속이지만 총리가 위원회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따라서 위원회를 총리의 간카쓰(管轄·관할)라고 하지 않고 총리의 쇼카쓰(所轄·소할)라고 한다. 국가공안위원회는 경찰의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사전적 지휘권은 없다. 대강의 방침을 정해 관리하면서 사후적 감찰 등 감독을 주로 한다.

나카무라 이타루(中村格) 일본 경찰청 장관.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후 행정고등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채용1종시험 합격 후 경찰에 투신하였다. 경찰청 장관 관방장, 경찰청 차장을 거쳐 2021년 현재까지 경찰청 장관을 맡고 있다. | 일본 경찰청.

국가 경찰 수장인 경찰청 장관(長官·청장)은 국가공안위원회가 내각총리대신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장관은 경찰청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부서 직원을 임명하거나 그 직무를 통솔·감독하며 경찰청 소관 사무에 관해서 도도부현(都道府県)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지녔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는 도도부현 지사 소관으로 공안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지방경찰의 수장인 도부현 경찰본부장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지방공안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임면한다. 다만 수도 도쿄를 관할하는 경시청(警視廳) 경시총감(警視總監) 임면 시에는 도쿄도 공안위원회의 동의에 이어 총리의 승인이 필요하다. 경시청 업무의 중요성과, 경찰청 장관과 더불어 경찰 조직 ‘투톱’인 경시총감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지방공안위원회는 경찰 업무 관리 책임을 맡고, 경찰청 장관과 경시총감·경찰본부장은 공안위원회의 관리에 순응함으로써 경찰을 국민의 통제하에 둔다. 공안위원회는 경찰조직의 관리를 포함해 권한 행사에 관해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공안위원회 회의록 작성·공개는 공안위원회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중요 사항이다. 회의는 매주 1회 개최가 원칙이다.

예산 부문에서 경찰예산은, 국가경찰의 경우 내각이 책정하여 국회의 승인을 얻고, 자치경찰의 경우 도도부현 지사(知事)가 책정하여 지방의회의 승인을 얻는다. 즉, 경찰 활동에 대한 법적통제, 조직 구성과 재정에서의 규율은 모두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