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체까지 뻗은 베이징의 ‘언론통제’

제니퍼 정
2018년 11월 6일 오후 3:15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전 11:43

비영리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다수의 언론인과 중국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으로 선전을 확산하고 체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억압하기 위한 중국의 체계적인 움직임이 전 세계 민주 자유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10월 24일,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에서 ‘전 세계 민주 자유에 도전하는 중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단연 중심이 됐다.

프리덤하우스의 아시아 연구분석관 사라 쿡은 중국 공산당이 해외 언론 매체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음 세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해외에서는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고취하고 중국 내부적으로는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순종적인 관점을 부추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내 해외투자를 권장하고 해외 시장에 대한 중국투자 수용을 장려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중국 공산당에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주변화하고, 악마화하거나 완전히 억압해 버리는 것이다.

중국 밖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내러티브에는 민족주의적 감정과 대만과의 재통합을 부추기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쿡은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네 가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 중국 외교관과 지방관료, 보안요원 및 규제기관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통한 압력.

2. 자기 검열을 유도하기 위해 이해관계를 이용한 ‘당근과 채찍’ 전술.

3. 광고주나 인공위성 기업, 외국 정부와 같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압력 행사.

4. 사이버 공격이나 신체적 폭행 등.

독립 언론 매체 공격

NTD 텔레비전의 PD이자 에포크타임스 편집장인 잔 제키엘렉은 NTD 텔레비전과 에포크타임스가 중국어와 영어 및 다양한 언어로 중국에 대한 소식을 세계에 전하고 있는 독립 언론 매체로서 그간 겪은 다양한 중국 공산당의 공격과 방해 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제키엘렉은 “우리 매체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온갖 종류의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며, “에포크타임스가 창간됐던 2000년,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자가 되고자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를 찾아왔다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불과 한 달 안에 체포됐는데 이들 중 10명은 3년에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거주하던 에포크타임스 기고자들도 투옥됐다고 밝혔다. 투옥된 이들 중 한 사람인 ‘양 티안슈이’라는 필명으로 기고했던 양 통얀은 투옥 12년째 되던 2017년 11월 7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제키엘렉은 “미국에서는 중국 폭력배들이 에포크타임스 직원을 폭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최고 기술책임자인 리위앤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리는 2006년 2월 8일, 자신의 애틀랜타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총칼로 무장한 아시아계 남성 세 명이 갑자기 들이닥쳐 마구 폭행하고 손발을 포박한 뒤, 눈에는 접착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는 두 대의 랩탑 컴퓨터를 훔쳐 갔다.

제키엘렉은 중국에서는 NTD 방송을 보기 위해 위성 수신 접시 안테나를 설치한 사람들도 투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디지털타임즈’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샤오창은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의 한 외교관이 자신에게 했던 경험을 밝혔다.

그가 이끄는 편집팀도 사이버 공격의 타깃이 됐는데 팀원 모두가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가짜 페이지 공격을 받았다면서 “웹사이트의 백엔드를 열어 직원들의 비밀번호를 수집하려고 시도하는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중국 청두에 거주 중인 매체 인턴 직원의 할머니는 직접 중국 공안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고작 2주가량 업무를 도왔던 한 미국인 자원봉사자가 6년이 지난 후 여행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공안이 찾아오는 일을 겪기도 했다.

샤오창은 “중국이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한 독재국가가 됐다. 자국민을 엄격히 통제하는 일에 매우 열을 올린다.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이 생겼지만, 사실 중국 공산당은 내부 권력 투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절망적인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이 중국 외부로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우리의 개방적인 사회와 가치, 관련 기관과 시민의 자유, 그리고 더 큰 의미에서의 국가 안보 문제와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민주인사 활동 방해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일부 전략 및 개입은 드러나지 않지만 “영어권 언론 매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보 활동은 중국 국내외에서 은밀히 조직되고 풍족한 재정적 지원을 받는 포괄적인 통일전선 구축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로긴은 중국 공산당이 워싱턴에 티베트 사절단을 보내 미의회 및 언론에 공개 진행된 티베트 인사의 증언을 물타기한 일을 그 예로 들었다. 스티브 데인스(공화당, 몬타나) 미 상원의원은 중국 대사 요청으로 티베트 사절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데인스 의원은 2억 달러(약 2177억 원) 규모의 몬태나 산 소고기 중국 수출 판로를 따내기 위해 중국 대사의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로긴은 ‘티베트, 의회, 중국’을 검색하면 상위 10개 검색 결과가 모두 ‘미국 상원 의원들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통치를 지지한다’는 중국 언론의 영문 보도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례를 들어 자금의 출처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구 기자들이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하고 대가를 실제로 받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로긴은 “중국 공산당이 그간 서구 기업들을 압박해 왔지만 미국 정부는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