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하니 풀렸다…中 신장 지방당국 봉쇄 해제, SNS서 반향

차이나뉴스팀
2022년 09월 27일 오후 9:16 업데이트: 2022년 09월 27일 오후 11:15

中 신장 우루무치시 한 주택단지 50일 만에 봉쇄 해제
“지금까지 못 본 광경” “권익 쟁취했다” 네티즌 흥분
관련 영상·게시물 빠르게 삭제…당국, 여론확산 진화

지난 25일 신장 우루무치시 수이모거우(水磨溝)구 왕자량(王家梁) 주택 단지에서 주민이 집단으로 지역 봉쇄에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터넷에는 한 주민이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에게 무릎을 꿇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봉쇄 해제를 호소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당국은 50일간 지속한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현장 영상에는 주민들이 “봉쇄를 해제하라”, “밥을 먹어야 한다”고 외치는 장면도 잡혔다. 한 커뮤니티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봉쇄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고 다음 날 실제로 봉쇄를 해제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중년 남성이 방역 요원에게 “우리 가족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다”며 “당신들은 기어이 우리 네 식구가 투신하게 할 작정이냐. 지금 돌아가서 투신하겠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자 방역 요원은 “이러지 말라”며 계속 설득했다.

주민 “경찰과 주민들이 치열하게 대치”

한 현지 주민은 26일 에포크타임스에 주민은 대부분 외부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인데 50일 동안 봉쇄돼 수입이 없으니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왕자량 주민 리(李)모씨는 25일 밤 많은 시민이 밖으로 몰려 나와 항의했다고 했다.

리씨는 “어제(25일) 저녁 밖으로 나왔을 때 주민들이 이미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천여 명이 모인 것 같았다”며 어제 낮부터 항의가 시작됐고, 저녁에는 모두가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다 풀렸다. 가게도 다 오픈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감격했다.

주민 린(林)모씨는 봉쇄 기간 거의 굶다시피 했다며 “오랫동안 봉쇄돼 밥도 제대로 못 먹으니 당연히 나와야 한다. 이건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항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인근 지역 주민 다이(戴)모씨는 왕자량에서 항의 사태가 벌어지자 다른 단지들도 덩달아 봉쇄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시위 후) 오늘 오전에 우리 단지에서도 외출이 허용됐다”며 “왜 봉쇄를 풀었는지도 알리지 않았지만, 항의한 지역 (주민들)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왕자량과 주변 지역의 봉쇄가 이미 해제됐고 점포들도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가 발생한 왕자량 주택 단지의 궈(國)모씨에 따르면 이번 집단 항의는 한 주택에서 시작됐다.

궈씨는 “어젯밤(25일) 8시가 넘었는데 많은 사람, 천여 명이 뛰쳐나왔다. 한 노인이 병이 났고, 집에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먹을 것이 없었다. 그들은 방역 요원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이것이 발단이 돼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왔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10여대의 경찰차가 출동했지만, 시민이 체포되는 일은 없었다. 경찰이 대응을 느슨하게 한 것이 아니라 가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역 위원회는 25일 밤 9시께 “2시간 동안 외출할 수 있다”고 알렸고 26일에는 봉쇄를 해제한다고 공지했다. 주민들은 이를 집단 행동으로 쟁취해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 봉쇄는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

궈씨는 당국이 봉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주민을 절망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처음에는 2~3일 봉쇄한다고 했는데 결국에는 무한정 봉쇄했다. 지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면 그들은 상부에 전화하라고 한다. 그래서 상부에 전화하면 그들은 지역 담당자를 찾으라고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없는 허톈(河田)구에도 봉쇄 훈련이 진행됐다.

궈씨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가 각 지방당국이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시진핑을 향해 충성심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봉쇄는 해제됐지만 당국의 감시는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궈씨는 한 주민이 파출소로 불려가 잘못했다는 반성문을 써야 했다면서 25일 밤에 인터넷에 퍼지던 영상이 26일 전부 삭제됐다고 했다.

그는 “신장에는 경찰이 매우 많다. 500m마다 파출소(警務站)가 있어 경찰은 2분 안에 모든 곳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출동이 빠르다. 당신들은 이곳의 소식을 여전히 잘 모를 것이다. (봉쇄보다) 더 가혹한 것은 정권 안정 유지를 위한 탄압이다”라고 말했다.

방역요원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왕자량 주민 사진과 함께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고 쓴 중국 소셜미디어 게시물. | 화면 캡처

네티즌 “우리의 권익을 우리 힘으로 쟁취했다”

당국이 온라인 게시물을 급히 삭제했지만 왕자량 주민들의 항의 영상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 수개월 간 전국에서 시행 중인 봉쇄에 시달린 중국 네티즌들은 왕자량 주민들이 봉쇄에 저항하는 첫 신호탄을 올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방금 왕자량의 동영상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왕자량의 봉쇄가 해제된 이유에 관해 “왕자량 주민들이 어제 똘똘 뭉쳐 모두가 나서서 항의했으며 냉담한 방관자가 없었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우루무치 전역의 주민들은 어제 왕자량 주민들의 기여에 감사할 것”, “방역 규범이나 해제 기준은 모두 엉터리였다”, “알고 보니 봉쇄는 저항하면 풀리는 거였구나”라는 댓글도 있었다.

적잖은 중국 네티즌은 이번 봉쇄 해제가 공산당의 강압에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얻어낸 작은 자유라는 점에 고무된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신장 힘내라! 용감한 인민은 강권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고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투쟁한다. 권익은 모두가 나서서 쟁취하는 것이다. 인민이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글을 썼다.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는 짧지만 강한 의미가 담긴 구절을 남긴 이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 식료품 주인이 항의에 참여한 사람들을 “용사”로 부르며 실거주지가 왕자량인 사람에게는 1+1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쓴 작은 간판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는 내용과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신장 지역의 한 식료품 가게 진열대에 거주지 주소가 왕자량인 신분증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야채 구매 시 1+1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웨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