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보고 싶어 이탈리아에서 영국까지 ‘2800km’ 걸어간 11살 손자

이서현
2020년 10월 9일 오전 11:3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31

이탈리아에 사는 한 소년이 영국에 사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 석 달 넘게 도보여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이탈리아에 사는 11살 소년 로미오 콕스의 사연을 전했다.

콕스는 영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국에 살던 할머니와 자주 왕래했지만 지난해 이탈리아 남서부 시칠리아로 이사를 하면서 전처럼 볼 수 없게 됐다.

올 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비행기까지 끊겼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던 콕스는 걸어서라도 할머니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간절한 바람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콕스는 “부모님이 50번 넘게 안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해서 결국 허락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신 아들을 혼자 보낼 수 없었던 아버지가 동행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romeos_big_journey_home’

배낭을 꾸리고 사전준비를 마친 부자는 지난 6월 중순 집을 나섰다.

이탈리아 시칠리섬에서 영국 할머니 집까지 무려 ‘2800km’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부자는 산과 바다를 지나 4개 나라를 이동했다.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걸었다.

인스타그램 ‘romeos_big_journey_home’

별과 달을 보며 잠들었고 들개 떼에 쫓기기도 했다. 너무 많이 걷다보니 발이 부르터서 피투성이가 됐다.

고된 여정이었지만 콕스는 한 번도 포기를 하고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두 사람은 드디어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도착했다. 집을 나선 지 93일 만이었다.

콕스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후 지난 4일 할머니 댁이 있는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도착했다.

인스타그램 ‘romeos_big_journey_home’

집에 다다르자 걸음을 재촉한 콕스는 현관에서 기다리는 할머니를 발견하고서 뛰어가 품에 안겼다.

오랜만에 손자를 품에 안은 할머니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할머니는 콕스가 걸어서 자신을 만나러 영국으로 오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눈앞에 진짜로 나타난 손자를 보고서 감격했다.

할머니는 “기다리느라 혼났다.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아주 환상적인 일을 해냈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대단한 아버지와 아들” “평소 할머니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셨는지 알 것 같다” 등의 반응으로 놀라움을 전했다.

소년을 위한 자금마련 페이지도 열렸다. www.JustGiving.com/fundraising/romeosbigjour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