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만 읽어도 괜히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지리산 할머니들’ 삶이 담긴 시

이현주
2020년 10월 3일 오전 11:5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38

열다섯 살 소녀 눈으로 봤던 6·25 전쟁보다 여든다섯에 겪는 ‘코로나 세상’이 더 희한하다.

지리산골 할머니들이 늦게 배운 글로 풀어낸 시화의 한 대목이다.

KBS1

1일 KBS 뉴스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할머니들의 시를 소개했다.

시에는 할머니들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감동을 전하고 있다.

농협과 우체국에 가도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해 얼굴에 불이 난다는 시를 쓴 88살 임분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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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가르쳐준 학당이 내 얼굴의 불을 끈 119소방서”라고 표현한 작품은 경남 성인문해교실 시화전에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할머니는 지금도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겪었던 설움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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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살 박옥영 할머니는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썼다.

손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편은 요양원에 있어 못 보는 상황이 15살 때 겪은 전쟁 만큼 힘들다는 심정을 진솔히 표현했다.

지리산 산골마을 할머니들은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통해 생전 처음 글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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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 덕분에 요즘은 일기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마지막 도전은 초등학교 검정고시이다.

이미 두 번 떨어졌지만 또 다시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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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살 이분석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도전하겠다며 늦깎이 열정을 뽐냈다.

산청군은 해마다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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