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사상(四象)의학에 관해②

2013년 02월 13일 오후 4:33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잘 체하고 늘 소화 문제로 고생한다면 소음인? 손발이 뜨겁고 심장이 잘 두근거리고 허리가 아프면 소양인?

 

위의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요?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에게 혹시 예전에 체질진단을 받았거나, 아니면 본인의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 여쭤봅니다. 처음 사상의학이 세상에 알려지고 대중들에게 전해지면서 아무래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소개하다 보니, 소음인은 위장이 좋지 않다, 소양인은 열이 많다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현상은 모든 체질에서 다 나타나는 일이고, 손발이 뜨겁고 찬 현상도 모든 체질에서 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체하고 손발이 뜨거운 원인이 틀릴 뿐입니다. 그래서 처음 문제의 정답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입니다.

 

지난 연재에서 사상의학이 수양의 학문임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당분간 어떻게 수양하고, 체질별로는 어떤 점을 중시하면 좋을지 알아볼까 합니다.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도 마음을 이해하면 전체적인 사상의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먼저 제가 생각해 본 그림 하나를 보겠습니다. 아마추어다보니 그림이 아름답지 않아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뿔 모양입니다. 누구나 태어날 때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개성이 있고 여러 가지 기준으로 봤을 때 한쪽의 특성을 좀 더 타고 나게 됩니다. 원뿔의 가장 아래를 보시면, 네 가지 체질이 멀리 네 곳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중심에서 거리가 멉니다. 중심에서 거리가 멀수록 체질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마음도 각 체질의 특성에 맞게 강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잘 노하고 급하고 물러서지 않으려는 태양인이라면 이런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겠지요. 하지만 수양과 섭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린다면 치우친 특성이 점차 중화되면서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수양을 할수록 바닥에서 원뿔의 꼭짓점을 향해 올라갑니다. 올라갈수록 중심축에서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중용의 도에 가까워집니다. 끊임없는 수양으로 타고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점차 성인의 경지에 가까워집니다. 성인의 경지에 가까워질수록 처음 타고난 치우친 특성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한의학에서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로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이런 경지가 아닌가 합니다.

 

질투와 태만은 만병의 근원

 

꾸준히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이제마 선생도 저서에서 언급을 자주 하였습니다. ‘선한 생각은 의사이고 신중한 행동은 약이다, 선한 생각은 혈을 돌리고, 신중한 행동은 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매사를 선한 태도와 생각으로 대하고,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천하의 일을 마땅히 좋은 사람과 더불어 해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기쁨과 즐거움이 번거로움으로 될 것이고, 천하의 일을 마땅히 좋지 못한 사람과 더불어 하지 말 것이니, 좋지 못한 사람과 같이 하면 슬프고 성내는 일이 더욱 번거롭게 될 것이다’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좋은 사람은 재물과 권세를 탐하지 않습니다.

 

‘권세를 좋아하는 집에는 붕당이 서로 싸고 드니 집을 패망케 하는 자가 붕당이며, 재물을 좋아하는 집에는 자손이 교만하고 어리석어 그 집을 패망케 하는 것은 자손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권세와 탐욕으로 지탄을 받는 사람이 많은 요즘에 생각해볼만한 대목입니다.

 

이밖에도 ‘교만하고 태만하며 욕심이 많고 성질이 급하면 수명을 감소시킨다’ ‘검소하고 부지런하며 스스로 경계하고 견문을 넓히려는 자는 장수한다’ ‘천하에 병을 얻는 것은 모두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는 데서 생긴다’ ‘천하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모두 다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선한 것을 즐거워하는 데서 비롯된다’고도 했습니다. 질투와 시기는 내 마음과 몸을 편협하고 순환이 되지 않게 합니다. 모든 병은 여기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마음을 넓게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예부터 종교와 학문에서 질투심을 경계할 것을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