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간 피로한 현대인의 채소 ‘미나리’

2013년 05월 6일 오후 5:21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제 고향은 경남 밀양입니다. 밀양과 인접한 경북 청도에는 계곡에서 미나리를 재배합니다. 흔히 우리가 먹는 딱딱하고 향이 약한 미나리와는 달리 향이 아주 강하고 부드럽고 쓴 맛이 없습니다. 가끔 미나리를 먹곤 하는데, 간이 지치는 봄은 미나리가 가장 잘 맞는 계절입니다.

 

미나리는 수근(水芹)이라고도 하는데 동의보감에도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역대 의학서적에 나오는 내용을 집대성한 서적이므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말한 미나리의 효능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장과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부드럽게 한다. 냉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숨어 있는 열을 없앤다. 5가지 황달을 치료한다. 소아의 갑작스런 열과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치료한다. 갈증과 번열을 멎게 하고 정신을 길러주고 건강하게 해준다. 술을 마신 뒤에 생긴 열독을 치료한다.

 

먹는 방법에 대한 언급이 많고, 다양합니다. 예전에도 미나리즙을 먹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줄기와 잎을 찧어 즙을 내어 마시거나 무쳐서 늘 먹는다. 절여서 먹거나 삶아서 먹는다. 김치를 만들어 먹거나 달여 먹는다.

 

미나리의 성질은 약간 차거나 혹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고 되어 있습니다. 맛은 달고 독이 없어서 오래 먹어도 괜찮다고 나옵니다.

 

습열을 내려주는 미나리

 

미나리의 작용은 간과 관련이 큽니다. 간의 피로와 열독을 풀어주고 숙취도 풀어줍니다. 간을 편하게 하는 모든 음식과 약은 소화도 잘 되게 합니다. 미나리는 대변도 편하게 하고 위장을 비롯해서 소장을 편하게 하는 채소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로 간이 약해지면서 뒷목이나 얼굴 등으로 열이 오르고 혈압이 오르거나 눈이 충혈되고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을 간양상항(肝陽上亢)이라고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많은 증상이 간양상항 증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미나리가 각광받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미나리를 활용한 건강식품이 최근 많이 나오고, 미나리를 반찬으로 먹거나 즙을 내어서 먹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미나리가 간양상항 증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감정과 인성이 오장육부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분노와 억울은 간을 상하게 합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을 저는 분노와 억울이라고 봅니다. 감정이라는 정은 이미 마음의 평형을 잃고 한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어 버린 상태입니다. 분노는 간을 상하게 하고 억울은 간을 멍들고 뭉치게 합니다. 간의 모든 질환은 열(熱)과 습(濕)을 만들어 냅니다. 열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열을 포함해서 무엇인가 항진이 된 상태를 다 포함합니다. 충혈, 발열, 강직 등입니다. 습이 과해지면 몸 안이 더러워지고 무거워지고 막히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성인병은 모두 습과 열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미나리는 이러한 습열을 없애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열제로도 쓸 수 있고 만성 관절염에도 쓸 수 있으며 활용 방안은 다양합니다.

 

소음인에게 가장 좋아

 

앞서 소개한 것처럼 숙취에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술을 마시고 난 다음 설사를 하고 몸이 가라앉는 분들보다는, 열이 나고 코가 막히거나 피부에 염증이 생기거나 대변이 찝찝하게 나오는 분들에게 더욱 좋습니다.

 

미나리는 소음인 체질에게 가장 잘 맞습니다. 미나리는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지만 간혹 소양인과 태음인 중에서 미나리를 오래 먹으면 열이 오히려 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소음인의 음식이나 약재 중에서 차지하는 미나리의 역할은 독특한 편입니다. 약재 중에서는 인진호(인진쑥)가 이와 유사한 작용을 하고 효과도 강력합니다만, 채소와 음식 중에서는 미나리를 대체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샐러리는 서양 미나리로 불리고 생김새나 색이나 향이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샐러리는 미나리보다 더욱 차갑고, 섭취해 보면 소음인에게 맞지 않는 듯합니다. 소양인 채소로 분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대세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