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콩 이야기

2012년 12월 13일 오후 9:24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인의 생김새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각자의 개성이 있습니다. 콩도 마찬가지인데 콩이라고 다 같은 콩이 아니고, 색과 모양 그리고 효능의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먼저 콩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색깔입니다. 보통 대두라고 부르는 콩은 노란색이고, 검정콩(서리태, 흑두, 오두 등 이름이 많다), 녹두, 백편두, 완두 등이 있습니다.

맛도 다르고 몸에 들어가서 일으키는 작용도 다릅니다. 대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을 보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또 이뇨 작용과 부종을 없애는 작용, 소화를 돕는 작용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배가 더부룩하고 종기가 있거나 부종이 있을 때 사용했습니다. 또 식초에 담갔다가 불려서 먹으면 혈관질환과 비만, 당뇨 등에도 효과적입니다.
 

 

대두를 건조한 상태로 그냥 먹으면 오히려 소화가 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물에 불려서 볶거나 익혀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대두가 두뇌 발달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의학에서 검은 색을 띄는 약재는 대부분 콩팥(신장)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정콩은 대두와는 달리 위장 외에도 콩팥의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검정콩을 먹으면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뼈와 머리카락은 모두 콩팥의 기능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의미가 있는 분석입니다. 검정콩은 해독 작용이 강합니다. 그리고 혈과 골수를 보하는 작용과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작용이 콩 중에서 강한 편입니다.

 

녹두는 천연해독제
녹두는 콩 중에서 차가운 성질을 가집니다. 녹두를 먹으면 속의 열이 내려가고 이뇨를 촉진합니다. 그래서 여름에 더위로 갈증이 심할 때, 부종이 있고 소변이 시원하지 않을 때 좋습니다. 대신 속이 냉한 사람,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콩입니다. 녹두의 해독 능력은 탁월합니다.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녹두가 백독을 해독한다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현대 연구 결과에서도 녹두가 농약, 납, 일산화탄소, 아연 중독 등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백편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 외에도 더위를 없애고 갈증을 풀어주며 설사를 멎게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습한 기운을 몰아내는 작용이 강합니다. 무더위의 성질은 열과 함께 습이 강한데, 백편두는 여름 음식이라고 기억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소화가 가장 잘되는 콩의 하나로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완두는 고소하고 달콤한 콩입니다. 완두의 효능 중에 눈여겨 볼 것은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입니다. 또 예부터 소갈증(당뇨와 유사)에 완두를 먹었습니다. 완두는 이외에도 기운이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고 붓기를 빼주기 때문에 산모가 먹을 경우 젖도 잘 돌고 기력을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팥은 한자로는 붉다고 해서 적두 홍두 적소두 등으로 부릅니다. 붉은 색은 심장의 색입니다. 팥의 기능은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고, 이외에도 다른 콩과 마찬가지로 붓기를 내리고 소변을 잘 배출시키는 작용을 겸합니다. 팥은 다른 콩보다 몸을 보충하는 작용은 떨어지지만 배출하는 작용은 강합니다. 젖을 잘 돌게 하는 약재나 음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한 가지는 보충, 다른 하나는 소통입니다. 팥은 완두와는 약간 다른 성격이지만, 소통을 통해 젖을 잘 돌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주의 사항은 녹두와 비슷합니다.

 

음식의 성질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성분 분석을 통해 나누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약재와 음식의 성장 과정, 색상, 맛, 효능 등을 면밀히 관찰한 뒤에 결정합니다.

콩의 체질 분류를 한번 해보면, 대부분의 콩은 태음인에게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녹두와 팥은 소양인에게 더욱 좋습니다. 백편두는 소음인과 태양인에게 잘 맞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