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소가 남긴 선물 ‘쇠고기’

2013년 11월 18일 오후 8:57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시골에서 낙엽이나 볏짚 태우는 냄새를 맡아보셨을 겁니다. 냄새를 맡고 있으면 뭐랄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처음 맡아보는 분들도 그런 느낌을 말하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이건 경험을 떠나서 우리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힘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릴 때 소를 몇 마리 키웠습니다. 볏짚을 잘라서 가마솥에 끓여서 소를 먹입니다.
저녁이 다되어 불을 지피면서 아버지 옆에서 거들다가 소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소의 넓적한 머리를 쓰다듬으면 기대듯이 머리를 들이밀면서 아는 척을 합니다.
이런 소를 팔거나 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면 제 마음도 같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에게서 배울 것이 많고 역사와 책에서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만, 가끔 당시 소를 보며 느꼈던 우직함과 강인함 속에서의 부드러움은 저에게서 가벼움과 게으름을 느낄 때마다 뜨끔하게 합니다.

소는 살아서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 등을 남깁니다.
무슨 인연에서 비롯됐던 간에 여하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고기 혹은 쇠고기, 쇠라는 단어를 보면서 여러 가지 공상이랄까 생각의 날개를 펴봅니다.
쇠고기가 원래 표준어였는데, 소고기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쇠는 철을 연상시킵니다, 단단하고 강인한 이미지입니다.
고기 중에 익혔을 때 가장 질기고 딱딱한 고기 중의 하나가 소고기이기도 합니다.
이 단단함은 오행 중에서 금(金)을 상징하며, 소고기를 먹었을 때 몸에서 일으키는 작용도 금(金)인 폐와 대장을 강하게 하는 작용입니다.

쇠고기는 보약이다

동의보감에서 소고기를 다룬 대목을 보면 “허한 것을 보하고 기를 보하며, 기와 혈을 모두 채워주고 좋게 한다, 소의 위가 좋은데 푹 쪄서 먹는다” “성질이 따뜻하거나 평(平)하며 맛이 약간 달거나 없다. 비위를 보하고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소갈과 부종을 잣게 하고, 힘줄과 뼈, 허리와 다리를 강하게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의 담낭에 생긴 결석을 우황이라고 하는데, 우황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가슴 두근거림과 건망증을 치료하는 좋은 약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소의 이빨, 콩팥, 음경, 우유, 골수, 위장 등등 셀 수 없는 활용례가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쇠고기와 우유입니다. 우유도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폐와 대장을 강하게 해주고, 오장육부를 두루 건강하게 해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유를 먹을 때는 꼭 1~2회 끓였다가 식혀서 먹는 것이 좋다고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냥 먹으면 이질과 설사가 생기기 쉽고, 뜨겁게 막으면 기의 순환을 방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우유는 대부분 살균이나 멸균을 거치지만, 이 점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정리하면 소에서 나온 부산물들은 주로 우리 몸을 강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며, 구체적으로는 폐와 대장의 기운, 그리고 위장의 기운을 강하게 합니다. 체질적으로는 태음인의 보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