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몸을 깨끗이 씻어주는 채소 ‘무’

2012년 10월 18일 오전 12:19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모든 사물은 모양, 색, 향과 맛이 전부 다릅니다. 태어나는 계절도 다르고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한의학은 작은 사물, 식물, 동물 하나하나도 작은 우주를 이루고 개성이 있다고 봅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접하는 쌀, 보리, 상추, 양파, 무, 당근, 사과, 생선. 모양만 다르고 이름만 다른 것일까요? 모든 음식은 특유의 개성이 있어서, 우리 몸에 들어오면 다양한 효과를 냅니다. 내 몸과 마음이 평형을 찾고 중용에 서 있다면, 어떤 음식과 스트레스에도 큰 영향받지 않습니다. 이를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장점과 단점을 두루 가진 한 쪽으로 치우친 체질이고, 살면서 얻은 많은 질환으로 힘들어합니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안다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의사 김황호와 함께 약이 되는 음식의 세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무는 가장 친숙한 뿌리 채소다. 익숙하다보니 무가 뛰어난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약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무를 잘 먹으면 약에 근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씨는 뛰어난 약재
한의원에서는 무씨인 ‘나복자(蘿蔔子)’를 즐겨 쓴다. 무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나복자의 효능을 알아보면 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복자는 위를 튼튼하게 하고 담을 없애주는 약으로, 달리 표현하면 소화가 잘되게 하고 몸을 깨끗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뜻이다.

또 나복자는 기침을 가라앉히고 술독을 풀어주는 작용도 있다. 밀가루 음식이나 콩 음식을 먹고 체하거나 배탈이 났을 때도 흔히 쓴다. 주의할 점은 농업용으로 시판된 무씨는 소독 처리를 거친 것으로 식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용과 약용으로 나온 것만 복용해야 한다.

 

다재다능한 무의 효능
무도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무를 오래 먹으면 위가 튼튼해져 소화가 잘된다.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가라앉히는 데도 좋다. 무즙을 콧구멍 주위와 점막에 살짝 바르면 가벼운 비염과 코감기에도 좋다. 무즙은 여름에 갈증을 없애주고 이뇨 작용도 있다. 또 호흡기와 위장, 대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폐와 장이 강해지면 체중도 쉽게 늘지 않는다. 체중 감량을 위해 쓰는 한약재의 상당수가,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만 하다.

무만 먹어도 좋지만, 채소 스프의 주재료로 넣어도 다른 채소와 곁들여져 흡수와 소화를 돕는 작용도 한다. 배즙과 함께 먹으면 기침과 천식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배를 제외한 다른 과일을 무와 같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무의 친구는 배’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자. 특히 무와 배를 갈아서 고기와 같이 두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비린내도 사라지며 단 맛과 시원한 맛이 같이 배게 된다.

 

태음인에게 가장 좋다
무는 체질로는 태음인에게 가장 좋다. 무씨인 나복자도 태음인 약재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나복자는 태음인 처방에 단골 손님으로 들어가며, 주로 소화를 촉진하고, 대장과 폐로 가는 다른 약재의 효능을 돕는다. 태음인이 무를 즐겨 먹는다면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태음인은 기혈이 다른 체질에 비해 충만하나, 순환과 소통에 문제가 많아 관련 질환에 쉽게 걸린다. 이를테면 뇌경색, 동맥경화와 당뇨 등 대사성 질환 등이다.

무는 항암 효과도 있다. 무의 항암 작용은 1970년대 일본을 시작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암 환자들이 무와 무청을 즐겨 먹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무청과 여러 채소를 넣고 만든 채소 스프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연구팀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진에 따르면, 무청은 간암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부터 녹색의 기운은 뻗어나가고 발생하는 효력이 강하다고 봤는데, 무청이 이 경우이다. 항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재와 음식은 한의학적으로 분류할 때 대부분 순환을 촉진하는 약물이다.

 

과유불급의 교훈
하지만 무가 모든 사람과 모든 경우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무의 매운 맛은 역시나 한쪽으로 치우친 효과와 성질이 있음을 알려준다. 물론 푹 익혀서 먹는다면 부작용이 덜하겠지만, 체력이 극히 약하고 기침이 심하면서 호흡이 짧은 사람에게도 무는 좋지 않다. 비록 가래도 있고 폐와 대장이 약하더라도 말이다. 무는 쉽게 이해해서 강하게 소통해주고 순환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먹으면 더 피곤해진다. 순환을 돕고 담을 삭혀주는 약물과 음식은 대부분 먹는 사람의 체력을 빌어서 그 효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무를 다른 채소와 곁들여서 먹거나 소량을 먹는다면 큰 부작용은 없다. 그래서 우리 몸을 보충하는 작용을 하는 채소와 무를 곁들일 경우 소통도 하고 보충도 하는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취할 수 있다.

요즘 시대에 주로 문제가 되는 질환은 대부분 못 먹어서 발생한 것보다는, 과하게 먹고 몸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나타난다. 그래서 무와 같이 소통하고 풀어주는 작용이 강한 채소가 각광받기 마련이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