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몸에 좋아 말이 즐겨먹었구나! 당근

2012년 10월 24일 오후 11:43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당근은 열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채소다. 주위에는 당근을 먹고 위장 질환이 나았다거나, 빈혈이 없어졌다고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당근의 효능을 여러모로 부각하는 것 같아도, 옛사람들도 오래전부터 당근은 좋은 음식이자 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명나라 대의학자 이시진이 쓴 약재 백과사전 ‘본초강목’에는 당근은 “기를 진정시키고, 중(中-비위를 지칭)을 보하고, 장과 위를 이롭게 하고 오장을 편하게 하니 여러모로 유익하며 손해 볼 것이 없다”라고 했다.

이시진은 약재를 분류할 때 오랫동안 먹어도 이롭고 몸을 보하는 것과, 오랫동안 먹어서는 안되는 독성이 있는 약물을 분류했는데 당근은 장복해도 좋은 것에 속한다. 이시진이 본 당근의 가장 좋은 효능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태음인에게 가장 좋아

 

당근은 사상체질로는 태음인에게 가장 좋다. 대부분의 뿌리채소는 태음인에게 좋은데, 당근은 특히 태음인 위장 질환에 좋다(도라지, 무 등이 대표적인 뿌리채소). 하지만 환자들에게 권해봤을 때 소음인과 소양인도 무리 없이 먹는 경우가 제법 있는 것을 봤을 때, 체질적인 특성을 비교적 덜 타는 음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약재로 쓰는 식물에 비해 음식으로 즐겨 먹는 채소가 부작용이 덜한 편이고, 늘 먹을 수 있어서 음식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는 며칠간 먹어보고 먹을 때 편한지, 먹고 나서 편한지를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인지 의학적인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당근을 먹고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오히려 잘 안 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채소를 먹을 때 대원칙의 하나는 내 몸에 좋아야 좋다는 것이다. 시험 삼아 먹어보고 좋다는 선입견도 없이 편한 마음으로 먹어 보고 내 몸에 좋지 않은 반응이 없다면, 이제는 믿고 먹어보면 어떠할까 한다. 특히 태음인이라면 당근은 상복할 경우 위와 장을 강하게 하는 좋은 약이 된다.

 

위와 장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당근은 따뜻한 채소다. 따뜻하다는 표현은 온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먹었을 때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뜻이다.

 

당근은 대장에도 좋은 채소다. 변비와 설사를 막론하고 대장 기능 이상으로 오는 질환에 좋다. 본초강목에서 장을 이롭게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에서 비피더스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발견됐다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이외에도 위장 점막을 재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근의 위장에 미치는 효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위장 기능이 좋지 않고 소화가 느릴 때.
변비와 설사가 잦을 때.
위장 점막이 헐었을 때.

최근 미국의 저명한 자연요법학자인 노먼 워커 박사는 당근을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채소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항암 효과 및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재와 채소는 부지기수지만, 당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다만 당근을 많이 먹을 경우 황달처럼 피부가 노랗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먹는 양을 줄이거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혈액에도 좋은 당근

 

당근을 피를 보충하고 순환을 촉진시키는데도 좋다. 본초강목에서 이르기를 당근은 피를 이롭게 한다고 했다. 이후 연구에서 당근에 다량의 비타민 A가 들어 있어 간과 맞먹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근을 먹을 경우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복부와 내장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혈액 생성도 돕는다. 간이 눈에 좋은 것처럼, 당근도 시력 보호와 눈이 건조하고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두피가 건조한 등에 좋기 마련이다. 한의학에서 눈, 혈액, 피부 윤기, 머리카락은 모두 혈액에서 온다고 보기 때문에 일맥상통한다.

 

또 하나 알려지지 않은 효능을 소개하자면, 당근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오는 긴장, 불안, 초조, 불면, 가슴 두근거림 등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이렇게 보면 당근 하나로 만병이 나을 것 같다. 물론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분도 많겠지만, 부작용이 적고, 영양도 풍부하기에 당신도 시험 삼아 당근을 귀하게 여기고 먹어보시길 권한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