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RDP 체결로 방산동맹 강화해야”…국회 방산정책 세미나

이윤정
2022년 08월 24일 오후 5:28 업데이트: 2022년 08월 24일 오후 5:52

8월 2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신정부의 방위산업 추진정책 기조와 방산수출 성과 및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한국방위산업연구소(소장 최기일)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과 한국방위산업전 주관사(대표 박춘종)가 공동주최한 행사에서 김만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장원준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 김한경 뉴스투데이 안보전문기자, 김도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이 참여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홍정민 의원(고양시 병)은 개회사에서 “국제정세 불안감과 신흥안보 위협 등이 고조되면서 방위산업은 안보와 산업 관점에서 첨단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면서 “국회와 방산업계, 학계 전문가 그룹이 K-방산의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부품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이를 위해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더불어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갈등 고조로 촉발된 동북아 지역의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첨단 미래 전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방위산업 관련 내용에 해당하는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 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마련 등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한 내용 중에도 강군 육성과 방위산업을 첨단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며 “국방부에서 ‘튼튼한 국방, 과학기술 강군’을 국방 운영 목표로 6대 국방 운영 중점을 선정했다”고 부연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최 교수는 “최근 폴란드발 대규모 방산 수출 수주 낭보 외에도 당분간 해외 방산시장에서 방산 명품 무기들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방위산업이 건국 이래 최대 역대급 후환기에 접어들어 이른바 k방산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에서 성급하게 방산 수출 성과를 국정홍보 용도로 활용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신정부의 방산정책 주요 기조와 핵심 국정 과제로서 잘 추진되기 위해서는 선순환되는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내 방산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방산업계에 대한 무리한 간섭은 지양하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최근 국내 방위산업은 건국 이래 역대급 최대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이른바 ‘방산 비리’ 여파로 암흑기와 같은 흑역사를 거쳤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방위사업수사부에서 무려 50%에 달하는 무죄율로 무고한 방산업계 종사자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당해야 했는데, 다시는 방위산업을 비리 산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만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한미 방산동맹 강화와 상호국방조달협정 추진’ 발표에서 한미 간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상호조달협정(RDP·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은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로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MOU)다.

김만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김 교수는 “한미 FTA가 이미 체결됐지만 무기 체계 등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 즉 국방 분야는 FTA 정부조달시장 개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RDP MOU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RDP MOU의 목적에 대해 김 교수는 “체결 국가 간 군 장비의 표준화·합리화·상호운용성을 제고해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국내법과 합치되는 범위 안에서 양국의 방산 시장을 개방하고 국방 협력을 통해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정부 조달규정(FAR)이 이미 개정돼 제조품의 미국산 비율이 오는 2024년 65%, 2029년 75%까지 상향될 예정”이라며 “이러한 수정안이 국방조달법(DFAR)에 적용되면 대미 방산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1963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미국·영국·호주·일본·독일·프랑스 등 총 28개국이 미국과 RDP MOU를 체결했다. 이 중 27개국이 OECD 회원국으로, 미국과의 RDP MOU를 통해 상호 공급망 협력, 방산 무역 확대, 첨단기술 및 무기체계의 공동 개발·생산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 경제 측면 등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RDP MOU를 고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RDP MOU를 체결 시 미 국방부가 유자격국가 제품에 제공하는 혜택은 다음과 같다. △경쟁입찰 참여 시 미국산 우선 구매법(BAA)에 의해 부과되는 50% 가격 페널티 적용을 받지 않게 되고 △화학전 방호 장비 및 특수 금속 관련 품의 100% 미국산 구매 의무를 면제해 우리 기업의 입찰 참여가 가능해지며 △국방 조달에서 제품 및 구성품에 대한 관세 및 세금이 면제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K-방산 해외수출 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방산 수출 5대 강국(미·러·프·중·독)이 전체의 78.1%로 독과점적 시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5년간(2017~2021)무기 거래는 과거 5년(2012~2016) 대비 4.6%p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최근 5년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2.8%로 세계 8위로 상승했으며 과거 5년 대비 무려 177%의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장 연구위원은 한국이 보유한 강점으로 △높은 가성비 △신속한 납품 일정 충족 △낮은 운영 유지비용 △안정적 후속 군수지원 △기술이전·현지생산 능력 제공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강점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국방예산 급증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최근 방산수출 호조를 이끈 원동력으로 평가했다.

장 연구위원은 “글로벌 방산 수출 빅(BIG)4 진입에 매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향후 과제로 “새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확대 정책을 기초로 제3세대 방산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함께 선진국 수준으로 방위산업 콘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한미 RDP MOU 체결을 통한 미 방산시장 진출 확대, 선진국 수준의 다양한 수출지원제도 마련, 절충교역 고도화, 수출 품목 방식 다양화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미 RDP MOU는 필수”라며 “미 방산시장에 수출해야 진정한 빅4 진입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