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추경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이윤정
2022년 07월 28일 오전 11:06 업데이트: 2022년 07월 28일 오후 12:25

美 연준, 기준금리 0.75%P 인상…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추경호 “美 금리인상,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
과거 세 차례 한미 금리 역전됐지만, 외국인 증시자금 순유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7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됐지만,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무리 없이 소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준은 7월 27일(현지 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 수준으로 0.75%p 인상했다. 40여 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것)’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연준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당분간 초강수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또 한 차례의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들어오는 정보가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짐에 따라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추 부총리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그러나 과거 세 차례 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자본 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살펴보면 견실한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다층적 유동성 공급망 체계 등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추 부총리는 7월 들어 외국인 자금이 주식·채권에서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정부 내 구축된 비상 대응 체계를 토대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하면 부문별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7월 28일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마련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 안정 조치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며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국채 조기상환(바이백·buy-back),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시장이 펀더멘털을 넘어 과도한 쏠림현상을 보일 경우엔 과거 금융위기 시 활용했던 금융 부문 시장안정 조치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현 상황에서의 유효성, 발동기준, 개선 필요성 등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시장 접근성 제고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3분기 중에 마련하고 세계국채지수 편입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현재의 2.25%에서 1.4%p 인상된 3.65%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인상 폭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가계 등 민간의 취약한 금융방어력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