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트로이 목마’ 의심받는 중국산 항만 크레인 전수조사

최창근
2023년 03월 22일 오전 11:42 업데이트: 2023년 03월 22일 오전 11:44

‘트로이의 목마’로 의심되는 한국 항만의 중국산 크레인에 대한 전수 조사가 벌어진다. 미국 안보당국이 중국 상하이 전화중공업(ZPMC) 제조 대형 항만 크레인이 ‘스파이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다.

3월 19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등 관계부처는 이르면 이달 국가정보원 등 안보기관과 공동으로 한국 항만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문제가 제기 된 ZPMC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항만 크레인은 ‘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장악한 상태이다. 2022년 말 기준, 중국산 크레인은 총 478기로 국산 389기보다 많다.

정부가 중국산 크레인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은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 항만에 설치된 중국산 크레인이 첨단 센서를 통해 군수물자 운송 정보 등 군사 기밀을 수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업체는 글로벌 크레인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 ZPMC다. 미국 내 항만 크레인 가운데 약 80%는 ZPMC 제품으로 집계됐다. 해당 제품은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상하이 ZPMC 본사에서 각종 데이터 수집, 제어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 내 항만 크레인 총 876기 중 54.6%(478기)는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미국 행정부가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여 위험성을 경고한 ZPMC 제품은 427기로 두산중공업·현대중공업 등 한국 기업이 생산한 크레인을 모두 합친 것(389기)보다 38기 더 많다.

그중 국내 최대 무역항 부산항에 설치된 ZPMC 크레인은 298기로 의존도가 55%가 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한 미군 군수물자를 하역하는 평택항, 당진항에도 ZPMC 크레인 21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는 전국 항만에 설치된 중국산 대형 크레인의 터미널운영시스템(TOS) 등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크레인 보안의 핵심은 하드웨어(HW)가 아닌 항만 운영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이다. 가능한 한 빨리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수 조사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