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회 샅샅이 훑는 ‘수상한 그녀’…저우위보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

최창근
2021년 05월 3일 오후 7:34 업데이트: 2021년 05월 5일 오전 6:21

강원도가 건설을 추진하던 ‘강원도 중국복합문화타운(차이나타운)’ 문제가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월 29일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 청원이 게시됐고, 5월 3일 현재 670,78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나 관계 기관이 답변해야 하는 청원인 수 20만 명을 3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이는 한국 내 중국 침투와 반중 정서의 방증이다.

사업의 일환으로 홍천군 북방면 전치곡리 등에 480만㎡ 규모의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던 코오롱글로벌은 들끓는 국민 여론에 굴복, 4월 26일 “사실관계의 객관성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청원에 참여하신 65만 명 이상의 국민들의 마음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시간적, 비용적 투입에 대한 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라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반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4월 27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차이나타운 등 강원도의 중국 사업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반중 정서도 있고 반일 정서도 아주 심각하다. 일부 역풍을 맞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 문화 교류를 통한 사람 교류를 늘리고 혐오 감정을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민 정서에 어긋나지 않게, 혐오가 나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혀 사업 추진의 여부에 여운을 남겼다.

강원도 차이나타운 시행사는 백지화… 강원도는 추진 여지 남겨

한중문화타운은 2009년부터 추진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일원의 500만㎡(약 150만 평) 규모의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 건설 예정인 복합 시설이다. 120만㎡(약 36만 평) 규모 부지에 K팝 콘텐츠, 한국 드라마 세트장을 망라한 한류 테마파크, 중국전통문화거리, 소림사 한국분원 설치 등의 관광기반시설 조성이 핵심이다.

주 시행사 코오롱글로벌이 2015년 골프장 라비에벨CC를 만들면서 탄력을 받았다. 2018년 12월, 1단계 사업으로 ‘인민일보(人民日報)’ 산하 인민망(人民網)을 비롯한 강원도, 코오롱글로벌(주), ㈜내외주건, 대한우슈협회 등 5개 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0년 자본금 50억 원으로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했다.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부근 공사현장. 코오롱글로벌 명의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 이시형/에포크타임스

여론의 역풍을 맞아 표류 중인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사업에는 한 수상한 여성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저우위보(周玉波·한국어 이름 [주옥파]),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人民網·people.com.cn)’ 한국대표처 대표이다.

저우위보가 강원도와 본격 인연을 맺은 것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때문이었다. 총 3,8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1997년 착공, 2001년 완공하여 2002년 4월 8일에 공식 개항한 양양국제공항은 만성 수요 부족으로 개장 휴업 상태였다.

이는 2011년 4월, 민선 5기 도지사에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최우선 해결 과제가 됐다. 같은 해 11월, 신설 인민망 한국대표처(한국 법인명 피플닷컴 코리아) 초대 대표로 임명된 저우위보는 “양양국제공항을 중국에 홍보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중국 지방도시를 연결해 주면서 친분을 쌓아갔다.

양양국제공항 활성화로 접근… 강원도 명예도지사, 서울시 명예시민

저우위보와 ‘관시(關係·관계)’를 맺은 후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2013년 11월 11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중국 후난성 창사(長沙), 푸젠성 푸저우(福州), 저장성 닝보(寧波) 등 중국 23개 도시와 양양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정기·비정기 항공노선 개설 상호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듬해 3월 4일, 저우위보는 ‘강원도 명예도지사’로 위촉됐다. 최문순 지사는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요즘은 양양국제공항에 들릴 때마다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입이 자꾸 벌어집니다. 이대로만 발전해 간다면 인천국제공항도 부럽지 않습니다. 강원도 명예도지사로서 중국에서 열성으로 홍보해 주고 있는 인민망 한국지국 저우위보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최문순 지사 취임 2년 차인 2012년 제정된 ‘강원도 명예도지사 운영 조례’에 따르면 명예도지사는 강원도의 위상을 높이고 도정 발전에 크게 기여했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 명예도지사로서 덕망과 인격을 갖췄다고 인정하는 사람 가운데 선정한다.

2014년 명예강원도지사로 임명되고 있는 저우위보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 | 인민망 화면캡처

강원도와 저우위보의 밀착 행보는 이후로도 지속됐다. 최문순 지사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중국복합문화타운 건설에도 인민망과 저우위보는 산파(産婆) 역할을 했다. 인민망이 중국 투자자 유치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강원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중국 같은 경우에 인민망에서 직접 자기 돈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확보한 다음에 이것을 추진해야 되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조금 지연이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2019년 12월 6일 베이징 인민망 본사 1호 스튜디오에서 개최된 중국복합문화타운 론칭 행사에는 최문순 지사를 비롯, 쉬정중(許正中) ‘인민일보’ 부총편집장, 뤄화(羅華) 인민망 총편집장, 윤창운 코오롱글로벌(주) 대표이사,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이사, 박창범 (사)대한우슈협회장, 저우위보 외 2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하였다.

최문순 지사는 “한국의 유일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인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기쁘며, 대한민국 강원도에 작은 중국으로, 한중 양국 간의 문화가 융화되는 교류의 장소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우위보의 광폭 행보는 지속됐다. 주 무대는 지방자치단체였다.

2015년 9월 11일, 전라북도청을 방문하여 송하진 지사로부터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时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지리적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 이로움도 사람의 화합만 못함)’라는 붓글씨를 선물 받았다.

9월 14일에는 이낙연 당시 전라남도 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를 예방, 전라남도와 공동 발전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밖에 강원도 강릉시·평창군(2013년), 경상북도 경주시(2013년), 전라북도 군산시(2013년), 전라북도 익산시(2015년), 전라남도 담양군(2017년), 경기도 광명시(2107년), 경상남도 하동군(2017년), 광주광역시 남구·동구(2017년) 등 기초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 지자체 상대로 10건 이상 MOU

2015년 10월 28일, 저우위보는 ‘서울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당시 서울특별시는 “중국 관영 최대 인터넷 언론인 인민망에 서울시 관련 기사를 적극 게재했고 주한중국상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서울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에는 2016년 경기도가 설립한 코리아경기도㈜ 동북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저우위보는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이자 취재기자로도 맹활약 중이다. 대상은 정·재·관계를 망라한다. 2021년 1월, 친중사대(親中事大) 논란을 낳은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박병석 국회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민망 새해인사’도 저우위보의 작품이다. 이들은 중국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돈독한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

‘저우위보 협약’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국내 지자체, 기업, 기관들과 수십 건 이상의 협약 사례가 검색된다. | 구글 캡처

지난해 7월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중국어학과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한국과 중국은 ‘신의’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서로 도움을 준 경험이 그 단적인 예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처럼 인민망 한국대표 부임 10년 동안 종횡무진하는 저우위보는 어떤 인물인가? 2016년 4월 18일 자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는 “저우 대표는 23세이던 1997년에 중국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한국어과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2011년 피플닷컴의 한국지사 초대 대표를 맡은 뒤 한국과 중국의 가교 및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돼 있다.

사실일까?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 등을 종합하면, 저우위보는 1975년 2월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태어났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對外經濟貿易大) 한국어학과에 입학하여 한국어를 처음 접했다. 대학 재학 시절이던 1995년 대한항공 주최 제1회 한국어웅변대회(韓國語辯論大賽)에서 1위로 입상했다.

저우위보(周玉波) 바이두 검색 화면 | 화면 캡처

1997년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경제학사)하고, 1999년 동(同) 연구소(대학원)에 입학, 2002년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2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2007년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명은 ‘텍스트 중심의 중·한 번역교육 연구’, 지도교수는 소설가 출신의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2012년 3월 2일 자 ‘조선일보’ 중문판에 따르면, ‘저우위바오는 원래 대학교수이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14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다(周玉波原是大學教授,曾在北京對外經濟貿易大學教了14年韓國語)’고 되어 있다. 2011년 9월 29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는 “1997년 졸업과 동시에 그는 석사 학위도 없이 총장에 의해 파격적으로 교수 요원에 특별 선발될 만큼 탁월한 한국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바이두 인물정보란은 이와 다르다는 점이다. ‘저우위보’의 주요 경력으로 ‘대외경제무역대학 외국어학원 한국어과 강사(對外經濟貿易大學外語學院韓國語系講師)’로 소개한다. 과연 석·박사 학위를 소지하지 않은 23세 대학 졸업생이 모교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통상적으로 ‘교수 요원’은 교·강사를 망라한다. 중국 대학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조교(助敎)로 임용되고 석사 학위 취득 후 조리교수(助理敎授·조교수 해당), 박사 학위 소지자는 부교수·교수로 임용 혹은 승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14년간 교수로 활동했다”는 기술은 “14년 동안 조교·강사·겸임교수로 가르쳤다”라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더하여 ‘최연소 교수’라는 표현은 허위 내지 과장이다.

최연소 교수? 강사? 경력 허위 과장 의혹

학자·강사로 활동하던 저우위보가 초대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로 발탁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창한 표준 한국어 구사 능력’이 꼽히기는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자국 여성을 이용해 세계 각국 정관계에 로비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외교 방식이 아닌 악의적이고 치졸한 수법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악명이 자자하다”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상존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경력·임명 배경에 의문점이 가득한 ‘수상한 그녀’의 현 직책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3대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산하 인민망 한국 대표라는 점이다.

△저우위보(周玉波) 인민망 한국대표처 대표 약력

1975년 헤이룽장성 하얼빈 출생
1993년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對外經濟貿易大) 한국어학과 입학
1997년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학과 졸업(경제학사)
2002년 대외경제무역대학 대학원 한국어학과 졸업(문학석사)
2002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입학
2007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교육학 박사
(논문명 : 텍스트 중심의 중·한 번역교육 연구)
2011년~현재 인민망 한국 대표
2013년 한국 외교부 장관상 수상
2014년 강원도 명예도지사 위촉
2015년 서울특별시 명예시민 위촉
2015년~ 현재 이화여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