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네 번째 추기경 탄생…유흥식 추기경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

이윤정
2022년 08월 29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후 12:01

80세 미만까지 교황 선출권 가져
尹,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하 서한

유흥식(70)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추기경(樞機卿)으로 공식 서임됐다.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다.

8월 27일 오후 4시(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신임 추기경 서임식이 거행됐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신임 추기경 20명 가운데 두 번째로 호명돼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추기경의 상징인 붉은색 사제 각모 ‘비레타’, 추기경 반지, 칙서(勅書)를 받았다. 빨간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며 추기경의 제의(祭衣), 모자 등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추기경의 또 다른 이름은 ‘붉은 옷의 주교’라는 뜻의 홍의주교(紅衣主敎)이다.

8월 27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라자로(오른쪽)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비레타를 씌워준 뒤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흥식 신임 추기경은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 240년 역사상 네 번째로 로마 교회 추기경단의 일원이 됐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흥식 추기경은 1979년 로마 유학 중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3년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교의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대전가톨릭대 교수, 총장을 지냈다.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서품됐고, 2005년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가 됐다. 그러다 2021년 6월,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전 세계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 신학교 사제 양성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돼 대주교로 승품(陞品)했다.

이 밖에 주교회의 서기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임이사,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 담당 주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주교를 역임했다.

서임식에는 염수정 추기경이 추기경단 일원으로 참석했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마티아 주교(수원교구장) 외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서울대교구장),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대전교구장) 등이 참석했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과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국회 대표단도 참석해 현장에서 유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교황님의 충실한 협력자로 대한민국의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20명의 추기경을 새롭게 세우심을 축하드린다”며 “작년 유흥식 추기경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신 데 이어 이번에 대한민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하시니 전 세계 천주교인들과 기쁨을 함께한다”고 전했다.

유흥식 추기경이 서임식을 마친 뒤 바티칸 사도궁에서 성직자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 추기경은 서임 소감으로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며 순교자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추기경은 오는 29~30일 교황이 주재하는 추기경 회의에 참석해 추기경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고위성직자로 교황 선출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다. 다만 80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이 있다.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은 이번 서임식을 통해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해 132명이 된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53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21명),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남아메리카(15명), 중앙아메리카(7명), 오세아니아(3명) 순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과 유흥식 신임 추기경 두 명이 교황 선출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