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반중 정서 최고치… 中 대사 “코로나로 인한 교류 제한 때문”

최창근
2022년 01월 13일 오후 8:23 업데이트: 2022년 01월 13일 오후 8:23

중국 정부 대외 선전 예산 연간 100억 달러 이상 추산… 비용 대비 효과는 전무
선진 17개국 국민 “중국 인상 부정적”
중국인 80% “중국 대외 이미지 좋다”
한국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 확산
주한 중국대사 “코로나 19로 인한 교류 제한으로 반중정서 확산”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나의 심술 때문에 나를 그렇게 싫어하나
나도 알고 보면은 너무나 착한 사람이야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한국 MZ세대 라면 어린 시절 즐겨 보았을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에 등장하는 ‘저팔계송’이다.  노래에서 저팔계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이런 저팔계처럼 중국 정부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른바 ‘대국굴기(大國崛起)’ 시대를 거쳐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는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대외 이미지 문제이다. 요약하자면 매년 막대한 예산을 공공외교 부문에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과 중국인의 이미지가 개선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이다. 이는 중국 공공외교가 부딪힌 딜레마이다.

미국 NGO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 분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중국어교류·협력센터 산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포함하여 중국이 대외 선전·선동에 지출하는 예산은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이다. 반면 중국의 선전 비용 대비 효과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는 각종 실증 통계 자료가 뒷받침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인도·태평양, 유럽 북미 지역 17개국 1만 8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조사 대상 선진국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음”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강도와 범위 면에서 정치 선전 노력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호주, 캐나다, 그리스, 이탈리아, 한국, 영국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대폭 증가했다. 그중 캐나다, 독일, 한국, 미국에서 2020년에 비해 부정적인 견해가 30%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이 일본 88%, 스웨덴 80%, 호주 78%, 한국 77%, 미국 76%, 캐나다 73%로 조사됐다. 이 밖에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대만에서도 응답자 중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G2’라고 자부하는 중국은 자신들의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2021년 지미카터센터와 설문조사기관 리위가 중국인 339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8%(매우 좋다 46%, 좋다 3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좋지 않다’와 ‘매우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 11%에 불과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10명 중 8명은 자국의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야웨이 리우(Yawei Liu)  카터센터 중국 담당 선임고문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중국 국영 미디어가 여론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증가세이다. 민간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 NPO와 2013년부터 매년 조사 발표하는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를 참조하자면 한국인이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나빠졌다. 한국인이 중국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2020년 59.4%에서 2021 73.8%로 올랐고, 긍정적인 인식은 2020년 16.3%에서 2021년 10.7%로 감소했다. 이를 두고 동아시아연구원 측은 긍정적인 인식 비율이 10%대로 내려간 것은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일의식조사 2021: 미중 갈등의 인식’에서 응답자의 71.8%가 주변국 중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로 중국을 택했다. 진보(67.9%), 중도(70.3%), 보수(76.1%) 모두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5월,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실시한 ‘북한·미국·중국·일본 등 4개 국가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중국은 27.5도를 기록하여 26.7도를 기록한 일본과 차이 없이 ‘한국인이 호감을 갖지 않는 나라’로 꼽혔다. 반면 1위로 꼽힌 미국은 56.3도를 기록했고, 북한은 29.5도였다. 세대별 조사에서 한국의 20·30대는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주변국 호감도는 미국(56.1도) 일본(30.8도) 북한(25.3도) 중국(17.1도) 슌이었고, 30대는 미국(55.6도) 북한(25.3도) 일본(23.9도) 중국(20.3도) 순으로 조사됐다. 중국을 향한 반감의 강도도 2030세대에서 더욱 셌다. 중국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25도 이하)’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68.6%, 30대 61.8%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세대 10명 중 6명 비율로 중국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형편 속에서 중국 외교 당국자들은 여전히 한국인의 반중 정서 확산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듯 보인다. 1월 5일, 한국 모 매체와 신년 인터뷰에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확산되는 한국 국민의 혐중 정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질문에  “최근 몇 년간 양국 국민의 감정이 다소 안 좋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양국 인적 왕래 제한”이라고 답했다.

자칭 타칭 ‘한국통’ 외교관의 인식과 해결책이 이 정도라면 반중을 넘어 혐중으로 번지고 있는 한국 내 반중 정서는 지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