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리를 잊지 않았다” 프랑스 참전용사들 울린 마스크 선물

이서현
2020년 05월 26일 오전 11:4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7

프랑스의 6·25 전쟁 참전용사들이 한국의 ‘깜짝 선물’을 받고 현지 언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방의 소도시 아뇨에 거주하는 폴 로랑 씨는 최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봉투 안에는 푸른색 외과용 마스크가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 12일자 일간 웨스트프랑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대사관에서 마스크와 편지를 보내와 놀라고 기뻤다”라고 말했다.

동봉된 편지에는 “한국 정부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로랑 씨는 1952년 입대한 직후 한국에 파병돼 1년 가까이 참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이번 위기에서 잘 빠져나오고 있다.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공산화됐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아는 한국 사람들은 지난 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참전용사들을 언제나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고 2015년 별세한 프랑스 참전용사 고 앙드레 벨라발 씨의 유해가 지난 2016년 10월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2일 공영방송 프랑스3 채널도 한국전 참전용사 미셸 오즈왈드(88) 씨를 인터뷰한 방송을 내보냈다.

출생 직후 버려진 그는 농장에서 일하다 18세에 입대해 19세이던 1951년 6·25전쟁에 파병됐다.

지난 4월 말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이 보낸 편지와 마스크 5장이 그에게 배달됐다.

그는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이 당시 함께 싸웠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어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가면 죽는다고 주변에서 모두 말렸고, 영하 30도 이하의 혹독한 추위가 끔찍했지만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18년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6·25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프랑스군은 6·25전쟁에 3500여 명이 참전해 약 274명이 전사했다. 이 중 44명의 유해는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참전 병력 중 전사자 비율(7.7%)은 참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최근 로랑 씨와 오즈왈드 씨와 비롯해 프랑스의 6·25전쟁참전용사협회와 연락이 닿는 생존 용사 66명에게 마스크를 보냈다.

오는 27일에는 대사관 경내에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소수 초청해 조촐한 마스크 전달식도 가질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아 초청 인원은 최소한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