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의류 탓하던 中, 경기침체에 수입품 코로나 방역 완화

강우찬
2022년 07월 21일 오후 4:12 업데이트: 2022년 07월 21일 오후 4:12

중국이 자국 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던 수입 제품에 대한 검역을 완화했다. 공급망 차질로 경기 침체가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방 방역당국에 저위험 비콜드체인 화물에 대해 방역조치를 완화하도록 통지했다. 다만, 고위험 비콜드체인 화물, 콜드체인 화물(식품류 등)은 기존 코로나19 검사와 소독 작업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위건위에 따르면 운송온도 10도 이상인 수입품은 비콜드체인 화물로 규정하고 △수출국이 코로나19 저위험국인 경우 △하역 작업 시 하역자가 물품을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경우 △소독을 실시한 경우 등을 저위험 화물로 분류한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 2020년 6월 베이징의 한 식품 도매시장에서 노동자들 사이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수입 냉동식품에 엄격한 소독과 PCR 검사를 요구해왔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우정(우체국) 물류센터 내 컨베이어 벨트에서 운반되는 소포에 소독제를 뿌리는 비디오를 공개하며 냉동식품 외 제품(비콜드체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당국은 수입품 검역을 강화했고 그간 수입 냉장·냉동(콜드체인) 식품에만 하던 PCR검사와 살균·소독 조치를 상온제품까지 확대하면서 수입 물품의 세관 및 검역 통과 기간이 늘어나 공급망 차질을 심화시켰다.

검역 완화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올 2분기 경제 성장률의 급격한 감소를 겪은 뒤 내놓은 대책의 하나다.

중국 공산당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면서 경제 성장률 저하를 겪게 됐고, 이는 정권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의 큰 걸림돌이 됐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0.4%에 그쳐 1992년 중국이 GDP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번 조치는 그간의 과도한 방역이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지만, 중국 보건당국은 이번 조치가 제로 코로나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보건당국은 검역 완화 통지문에서 “안정적인 경제와 생산, 공급망을 보장하면서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입품 검역 강화는 ‘외국 탓’의 또 다른 형태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을 외국에 책임 전가해 왔다. 관영언론은 수입 냉동식품, 국제 소포, 심지어 한국에서 수입된 의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염된 표면과의 접촉을 통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저지의 럿거스대학 미생물학과 에마누엘 골드만 교수는 2020년 7월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실린 글에서 “무생물의 표면을 통한 (코로나19의) 전염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그러한 전염 위험성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골드만 교수는 “그러한 감염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무생물 표면 위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 그 표면을 직후(1~2시간 이내)에 만지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는 국제화물 운송에서는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중국 연구진 역시 최근 중공 바이러스가 “상온에서 대부분 물체 표면에 짧은 시간 동안만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국 헤이룽장성의 원목 검역장면 |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번 검역 완화 조치로 비콜드체인 화물 중 저위험으로 분류된 화물은 수출항을 떠난 지 24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검사와 소독 없이 중국 내 반입이 허용된다. 저위험 화물은 석탄, 광석 원료, 곡물, 사료 일체, 목재(통나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과는 거리가 먼 ‘정치 방역’이라는 게 중국 온라인에서의 반응이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바이러스가 물체 표면에서 잠깐만 살아있다면서 왜 우리 집에까지 와서 소독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는 올 3월 말부터 두 달 넘게 엄격한 봉쇄 조치와 전염병 통제가 시행됐다. 방역요원들이 일반 가정주택에 들어가 소파, 침대, 옷장, 책 심지어 전자제품까지 포함해 집 안 곳곳에 소독약을 뿌렸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방역요원들이 뿌린 소독액이 거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장면이 담겨 있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른다면 모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조치다. 오히려 주민 피해만 일으키는 낭비였다.

지난달 <란셋>에 발표된 한 보고서는 “중국의 봉쇄 조치는 막대한 인적 비용을 초래했으며, 이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치러야 할 것”이라며 극단적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