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홍콩 선거연기·시민 억압에 우려 표명

이은주
2020년 09월 10일 오후 6:05 업데이트: 2020년 09월 10일 오후 9:24

폼페이오 장관은 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민주주의,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은 홍콩의 안정에 가장 좋은 길”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선거를 연기하며 여행을 제한하려는 홍콩 정부의 가혹한 노력은 홍콩의 안정에 좋은 길이 아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발언은 홍콩 입법회 위원(국회의원 격) 선거 연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 며칠 만에 이뤄졌다.

지난 6일 홍콩 경찰은 선거 연기 반대 시위에 참석한 시위대 289명을 체포했다.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이 지난 7월 1일 발효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이날 시위에서 체포된 시민 중에는 12세 소녀도 포함됐다.

당시 시위 장소를 지나던 이 소녀를 홍콩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큰 논란이 됐다. 소녀는 시위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문구류를 사러 시내 나왔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은 입법회 위원 선거가 예정됐던 날이지만 지난 7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선거를 1년 연기했다.

홍콩 민주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 패배가 우려되자 선거를 연기한 것이라며 캐리 람 장관을 비판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는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의 홍콩안전법 제정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이달 초 유엔 인권 특별조사관 등 7명은 중공 정부에 홍콩안전법에 대한 우려를 담은 14쪽짜리 공동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홍콩안전법은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홍콩안전법의 처벌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홍콩안전법은 국가분열, 체제전복, 테러행위, 외세결탁 등을 4대 범죄로 규정하고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적용이 홍콩을 넘어 전 세계까지 확대되면서 전 세계 누구도 법망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에도 중공 정부는 홍콩 내 반체제 인사들을 처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홍콩 경찰은 최근 정권 비판을 서슴지 않은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와 우산 혁명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 등 민주화 운동가들을 홍콩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중국 광둥 해안에서 배를 타고 대만으로 도주하려는 홍콩 시민 12명이 중공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홍콩 현지 언론은 이들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대만으로 항해하던 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또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이달 6일까지 홍콩 시민 1만16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2210명은 폭행 및 불법 집회 참석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시위가 계속되는 홍콩 현지의 불안정한 상황은 시민들의 여론이 방증한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의 지지율은 28.1%였다. 이는 지난해 5월 기준 44.7%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다.

이 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홍콩 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의원들도 홍콩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니콜라 비어 유럽의회 의원은 트위터에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는) 받아들일 수 없고, 반민주적이며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븐 키녹 영국 하원의원은 12세 소녀 체포와 관련,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영국 정부의 독립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릭 스콧 미 상원의원(공화당)도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 시민들이 중국 공산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어떤 부패한 법도 이들의 민주주의, 인권,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