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할리우드에 “중국의 검열을 거부하라” 촉구

LIN YAN
2019년 09월 17일 오전 10:39 업데이트: 2019년 09월 18일 오전 9:19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자기 검열을 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경종을 올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영화협회(MPAA) 초청 강연에서 할리우드가 중국 검열기관의 요구에 굴복해 굽신거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할리우드는 미국의 자유와 창조력의 상징이라고 전제하고 미국 영화 제작 산업은 영화계의 국제적 공정 환경 조성에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선하려 노력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할리우드가 중국의 검열에 굴복한 이후부터 중국 독재 정권의 실상에 대한 장면을 영상에 담지 않으려 자체적으로 노력하게 됐으며, 이는 중국의 정보 확산과 소프트파워 활동을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영화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자율 규제’를 요구했다. 이에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화제를 다루지 않으려고 적극 적으로 노력했다. 이는 미국 관객이 보는 영화마저 중국 공산당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 영화를 심사함으로써 할리우드의 창작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매년 중국 시장의 외국 영화 상영 편수 상한을 설정해 외국 영화사가 상영 쿼터를 얻기 위해 영화사끼리 경쟁적으로 자체 검열하도록 만들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허드슨 연구소에서 대 중국 정책에 대해 연설하면서, 중국 정부가 할리우드를 압박해 중국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스튜디오와 제작자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에 따르면 조금이라도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있으면 곧바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상영을 금지하는 등, 중국이 거대한 시장을 이용해 각종 조치를 내려 미국 상공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산하 해외 홍보 사이트인 셰어 아메리카(share.america.gov)는 ‘누가 영화를 심사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할리우드 제작사에게 등장 인물의 역할을 바꾸게 하고 어떤 시각적 부분들을 개편하거나 삭제하도록 하며, 심지어 대본 전체를 다시 쓰게 한다고 13일 밝혔다.

또한 “신문 한 부, 방송 프로그램 한 편, 심지어 개인의 소셜 미디어 글조차 모두 검열을 거치며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라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서 외국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중국 공산당 정부가 심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심사 규정은 모호하고 집행 상황도 일정하지 않지만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거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어떤 내용도 모두 금지된다.

중국에서 외국 영화가 가위질당한 사례들

1986년 개봉된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입고 나온 가죽 재킷에는 ‘Far East Cruise 63-4, USS Galvest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및 대만 국기가 들어 있었지만, 속편에서는 모두 삭제됐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도 비슷한 사례다. 원작 만화에서는 티베트 남성이 에인션트원(Ancient One)으로 등장하는데, 2016년 영화에서는 켈트족 여성 승려(틸다 스윈튼)를 캐스팅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영화에 티베트인이 나오면 중국 개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결과다.

2012년 리메이크된 ‘레드 던(Red Dawn)’도 황당한 사례로 꼽힌다. 1984년 원작은 소련군이 미국을 침공하는 내용이지만, 리메이크 기획 단계에서는 소련 대신 중국을 침공군으로 설정했다가 중간에 다시 북한으로 변경했다. 영화 제작신 MGM의 마이크 폴먼 글로벌 시장 담당 부사장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감독과 제작사는 MGM과 단합해 전 세계 관중을 대상으로 흥행성 높은 버전을 만들었다”라고 밝혀 빈축을 샀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월드워Z’는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는 내용의 영화 ‘픽셀’도 원래 대본에서는 외계의 공격을 받아 만리장성이 파괴됐지만, 영화에서는 인도의 타지마할이 붕괴하는 장면으로 교체됐다. 제작사가 중국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알아서 시나리오를 수정한 사례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편에서는 중국 배우 주윤발이 해적 ‘사오 펭 선장’으로 나온 장면이 모두 삭제됐다. 중국인이 해적이라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고 주윤발의 대머리, 상처 난 얼굴, 긴 수염 등이 ‘악마적인 중국인’으로 형상화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션 임파서블3’은 상하이와 저장(浙江)성 구전시탕(古鎭西塘)에서 촬영돼 화제를 모았던 상하이 뒷골목 장면에서 국제도시 상하이가 대나무 빨랫줄에 속옷을 걸쳐놓는 등 남루한 공간으로 묘사됐다는 이유로 해당 장면들이 모두 편집된 후에야 개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보도에서 중국 정부가 만화 영화까지 본격적인 검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에 들여와 어린이뿐만 아니라 20∼30대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국의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 ‘페파피그’가 점차 주류 가치에 맞서는 젊은이들을 상징하게 되면서 지난해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바 있다.

미국 관객은 중국 공산당의 검열을 알 권리가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마이크 곤잘레스 선임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언론의 내용을 통제하려 시도해 왔으며, 미국 관객들이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조차 내용은 중국 측이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영화가 미국 제도에 따라 내용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외국 세력, 즉 공산당의 심사제도에 따른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언론에서 보여지는 중국은 정상적인 나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만일 당신이 독일에 가서 독일 정부를 반대해도 당신은 어떤 일도 당하지 않겠지만 만일 당신이 중국에 가서 중국 공산당 정부를 반대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감옥에 처넣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세계 2위인 중국은 매년 86억 달러를 벌어들여, 미국(110억 달러) 다음으로 많은 이익을 내는 시장이다.

곤잘레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에게 민감한 이슈는 절대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3T’의 금기가 있다. 바로 ‘톈안먼, 티베트, 타이완’이다. 시나리오에 톈안먼 사건이나 티베트, 대만이 언급되면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다시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중국에서 상영 금지된다.

그는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이슈를 피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 심사기관에 시나리오를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곤잘레스는 미국 영화 제작인은 반드시 자신의 영화가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받았는지 혹은 심사를 받았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제작자는 사전에 영화 시나리오를 중국에 보내 검열을 받았음을 표시해야 한다”면서, “그 영화가 중국 공산당의 심사 지시에 따라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 관객들에게 무엇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국 관객들은 할리우드의 어떤 영화사와 어떤 영화가 이런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