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교황청에 경고 “중공, 하느님을 당 아래에…시진핑 신격화”

한동훈
2020년 09월 23일 오전 10:26 업데이트: 2024년 01월 21일 오후 8:44

미국이 가톨릭의 도덕적 권위를 지켜줄 것을 바티칸 교황청에 요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주 미국 종교전문지 ‘퍼스트 싱스’ 기고문에서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을 신격화하고 하느님을 당에 종속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가톨릭 신자와 교회의 도덕적 증거’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는 “중국인들에게는 중국의 종교 신자들을 지지하는 바티칸의 도덕적 증언과 권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고문은 바티칸이 내달 중국 공산당과 중국 내 주교 임명안 합의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바티칸 잠정합의는 지난 2018년 체결됐다. 중국 공산당이 가톨릭 주교 후보자를 바티칸에 통보하면 교황이 승인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 외 자세한 합의사항은 기밀로 유지돼 알려지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고문에서 “시진핑의 전제 통치하에서 중국의 인권 상황은 이미 심각하게 악화했고 종교 신자에게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신장 무슬림에게 불임과 낙태를 강요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가톨릭 신부와 교우를 박해하고, 개신교 가정교회를 공격했다. 이는 ‘중국화’(sinicization)’ 운동의 일부”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바티칸 간 2018년 잠정합의를 거론하며, 바티칸의 본래 의도는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2년이 지났다. 중국-바티칸 협정은 공산당이 기독교인, 티베트 불교도, 파룬궁 신도와 기타 종교 신자들에게 가한 잔혹한 처우는 물론, 가톨릭 신자들조차 공산당의 약탈로부터 보호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홍콩 인권활동가들, 상당수가 가톨릭 신자”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서 이른바 ‘국가안전법’을 시행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을 협박하고 탄압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홍콩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마틴 리와 지미 라이(빈과일보 사주) 같은 가톨릭 신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홍콩의 기본권을 지키려다 체포당하고 감시당하고 교란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을 잘 안다. 이들의 선량함과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 이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자녀들 그리고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중국에 기여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철책이 설치된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외곽에서 10일(현지 시간) 한 수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강복을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많은 나라가 미국과 함께 종교의 자유를 포함해 중국 공산당의 인권 침해가 가속화하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로마 교황청, 예수의 가르침 따르길”

지난해 세계 22개국은 유엔인권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 대거 구금 조치를 규탄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로마 교황청은 인권 침해, 특히 베이징과 같은 전체주의 정권의 인권 침해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특별한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20세기 후반, 교회의 도덕적 증거의 힘은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중부 유럽과 동유럽 사람들을 격려했고,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독재 권력에 도전한 사람들에게도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로마 교황청은) 중국 공산당을 상대로 그와 같은 도덕적 증거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체주의 정권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벌어지는 죄악과 가혹 행위에 대한 관심과 중시를 촉구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가톨릭 교회와 여타 종교 단체들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인권을 경멸하는 다른 정권들은 대담해질 것이고, 독재자가 아닌 하느님을 숭배하는 용감한 신도들이 폭정에 저항하는 데에는 더 큰 희생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나는 중국 공산당과 협상할 때 로마 교황청과 신성한 빛이 생명을 밝힌다고 믿는 모든 사람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요한복음 속 예수의 말에 따르기를 기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