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마을이 침수된 와중에 자식같은 소를 지키기 위해 고립을 자처한 철원 주민들

이현주
2020년 08월 8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5

최근 철원에서 대규모 마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철원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5일동안 누적강우량 최대 67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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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불어난 물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어른 키 높이까지 물이 차 올랐다.

119구조대가 보트를 이용해 저수지처럼 변한 물 위를 오가며 주민 구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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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고립돼 있던 주민 30여 명 가운데 10명 정도는 빠져나왔다.

그러나 나머지 20여 명은 대피를 하지 않고, 마을에 남았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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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대부분은 축산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차마 놔두고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비가 쏟아지자 불안함에 울어대는 소들 곁에 임시 피난처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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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소에 발이 묶이면 당장 소를 돌볼 사람이 없다 보니 스스로 수해현장에 남았다.

가축 걱정에 차마 대피소로 향하지 못한 주민들은 이 비닐하우스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주민들은 비닐하우스 비닐을 이불 삼아 가축들과 함께 비바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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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차 안에서 밤을 새워가며 돌본 암소는 호우 속에서도 송아지를 건강하게 낳았다.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사상 초유의 수해 속에서도 철원 지역 가축 피해는 3마리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