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가해자를 ‘존중’해 주는 피해 배달 노동자의 인성에 쏟아진 찬사

이현주
2021년 02월 5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1

서울 동작구의 한 영어학원 직원이 배달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음성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의 피해 배달원은 가해자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다.

그러면서 학원에는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KBS

이 배달원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가해자에게 ‘가해자님’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많은 누리꾼들은 “가해자까지 존중했다”며 감탄했다.

“못 배워서 배달하는 거다”라는 가해자의 막말과는 달리 ‘잘 배운 인성 갑 배달 노동자’라는 찬사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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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사건은 지난 2일 자신을 배달대행 업체 사장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로 시작됐다.

글쓴이는 “소속 배달원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억울해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글쓴이에 따르면 서울의 한 학원으로 커피 배달을 간 피해 배달원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야 고객이 주소를 잘못 적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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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30분이 지나서야 커피를 전달한 배달원.

주소가 잘못됐으니 배달료 3천원을 더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게 불만스러웠던 고객은 배달대행업체로 전화를 걸어 막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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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다른 주문을 처리하다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어이 없어서 녹음했다”며 19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 속에서 학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고객은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다” “기사들이 뭘 고생하냐”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천만원이다” “부모에게 그렇게 배웠냐” 등의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고객은 심지어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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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가 코로나를 걸려서 왔을지 어떻게 아냐” “남한테 사기치면서 그렇게 3000원 벌어가면 부자된대” 등의 폭언을 이어갔다.

듣다 못한 글쓴이가 “일주일에 천만원 버시는 분이 그 3000원이 그렇게 부당하냐”고 물었고, 고객은 “거지 같아서 그런다”고 답했다.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은 해당 학원 이름을 찾아내 별점 테러와 악성 댓글을 달며 분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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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거세지자 학원 측은 “폭언을 한 사람은 학원 셔틀도우미”라며 “1개월 정도 근무했고 지난 2일 퇴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피해 노동자와 배달업체 측은 폭언을 한 당사자의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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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배달원은 KBS를 통해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라 가해자님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원에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학원을 그만둔 문제의 고객은 피해 배달원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