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미워했던 아빠가 세상 떠난 뒤, 딸이 하는 딱 한 가지 후회

황효정
2021년 01월 4일 오후 4:5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7

애증 관계였던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딸이 쓴 일기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짓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빠 죽을 때 어땠는지 아냐”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도박에 중독돼 어머니와 이혼했다고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비가 아깝다며 병원을 찾지 않다가 결국 심한 통증에 찾은 날, A씨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아빠 병문안 가는 사람 아무도 없고 나밖에 없었는데, 난 아빠가 너무 미워서 찾아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다 결국 어느 날 새벽, 병원에서 위독한 상태라고 연락이 왔다. 그제야 병원에 찾아간 A씨는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A씨는 “멍하게 풀린, 죽어가는 눈이 깜빡이지도 않고 우는 내 얼굴을 쳐다보더라”고 회상했다.

A씨는 아버지를 향해 울면서 “오래 살았으니 당연한 거다.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울면서 말해서 발음도 다 뭉개졌는데도 아버지는 딸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A씨 아버지는 쉬어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가시나, 이럴 때까지 말 삐딱하게 하는 거 봐”라고 말하며 뒤늦은 고백을 시작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황금빛 내 인생’

“지금이 2시 다 돼가네. 새벽 2시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야. 아빠가, 아빠가 많이…”

그 뒤로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눈을 감고 힘없이 자기 손을 붙잡는 아버지를 향해 A씨 또한 뒤늦게 진심을 전했다.

아빠가 많이 미웠다고, 운동회 때 안 온 아빠가 밉고, 급식비 안 내줬던 아빠가 밉고, 돈 때문에 시달리던 아빠가 밉고…

A씨는 “몇 시간 동안 아빠한테 옛날 얘기, 행복했던 얘기, 아빠 욕도 엉엉 울면서 실컷 했다”고 했다.

“내가 많이 미안해. 내가 많이 사랑했어, 아빠. 아빠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빠 딸로 태어나서 잠시나마 행복했어. 다음 생에는 아빠가 내 아들로 태어나줘”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 아버지의 감은 눈 사이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는 딸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아빠는 그날 돌아가셨다. 내가 사랑한다고 했을 때 아빤 조금이나마 웃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죽기 전, 새벽 2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했던 A씨 아버지. 새벽 2시는 A씨가 태어났던 시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또 한 번 울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A씨는 “아빠가 도박 때문에 돈 다 잃어서 치료도 못한 줄 알았는데 내 이름 앞으로 2,000만원짜리 통장을 들어놨더라”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빤 하늘에서 뭐하고 지낼까. 거기선 행복해? 난 안 행복한데…

사실 나 아빠가 운동회 일 때문에 못 오고 운동회 다 끝난 오후 3시쯤에 운동장 가운데서 혼자 있던 거 봤었어.

다른 아빠들은 양복 입고 멋있게 오는데 아빤 공사장에서 일하다 와서 먼지 끼인 얼굴이 창피했었어.

난 지금 딱 하나 후회하는 게 있어.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그 세상에서 제일 멋진 뒷모습을 꽉 안아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