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만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중국은 호평 미국은 불만

한국 내 여론도 "펠로시 만났어야" 다수

최창근
2022년 08월 8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14

지난 8월 3~4일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중국은 호평했지만 미국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8월 4일, 중국 공산당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을 만난 것은 ‘예의 바르게 보이고(looks polite)’ 국익을 보존하는 조치였다.”는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뤼차오는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회담했다면 대만 관련 주제가 언급됐을 것이고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최대 안보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한국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는 해석도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첼 리스(Mitchell Reiss)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8월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워싱턴 토크’ 코너에 출연하여 ‘이번 방한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항상 좋은 일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 지도자(윤석열 대통령)를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우려된다. 실수였다고 생각된다. 한국 측이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리스 전 실장은 “한국이 공동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낸 셈이다. 그런 가치는 동맹과 서방을 규정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중국·러시아 등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Mark Fitzpatrick)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리스 전 정책기획실장의 발언에 공감했다. 그는 “리스 전 실장의 모든 의견에 동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한국의 결정은 모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결정이 중국을 달래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중국에 한국을 괴롭혀도 된다는 인식만 줄 것이다. 한국을 압박할 수 있고, 한국은 중국의 의지에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을 줄 것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인식을 심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미츠패트릭 전 부차과보는 ‘한국이 또다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한국 외교정책의 오랜 집착이다. 다만 한국은 자신들의 안보와 역할이 미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아무리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한국은 결국 미국 편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국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중국을 불쾌하게 할까 봐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라면 사실상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는 강경 노선을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인기는 최근 수많은 실책으로 인해 급격히 떨어졌다.”며 “미국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인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교통방송(TBS)의 의뢰를 받아 8월 5~6일 전국 성인 남년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한 것에 대해서는 60.3%의 응답자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전화 통화만 진행한 것이 적절한 대처였다.’는 반응은 26%에 그쳤다.